원·달러 환율이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50원대로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인 우리나라는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의 영향이 예전만큼 크지 않아 최근 하락세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진단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8일 오전 11시 현재 전날보다 4.30원 내린 1,05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환율 하락은 글로벌 달러 약세 영향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해소 가능성과 금리인상 여파가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것이다.
특히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환율이 10% 떨어지면 경상수지가 7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책연구기관은 환율이 10% 떨어지면 경상수지는 70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며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것보다 수출에 영향을 주는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경상수지가 평균 4.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환율이 1,030원까지 하락할 때 9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은 올해 초 1,120원대에서 거래되다 이날 1,050원대로 7% 정도 떨어졌다.
문제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까지 내려서면 수출 중소기업은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원·달러 환율은 1,136원선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출 중소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들은 환율이 1,100원선 밑으로 하락하면 80%가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정부가 환율 하락에 따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보다 크지 않아 최근 환율 하락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은 환율 단위당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하면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이미 2000년 이후 해외시장 판로를 확대했고 수출 결제 통화도 달러 외에 유로화나 위안화 등으로 다변화했다.
또 대기업은 현지 공장 생산과 현지 법인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즉시 현물환시장에서 원화로 환전하고 있다"며 "이는 달러 보유에 따른 환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수출 대기업들은 대부분 선물환 매도(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팔아 놓는 환리스크 헤지 방법)나 달러 보유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환율 하락에 대처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 확대로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은 어느 정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선박과 휴대전화,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상품의 품질은 이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과거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