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가 터졌습니다'='디스크 수술하세요' 일까?

입력 2011-07-06 10:12
직장인 설모씨(37세)는 지병이었던 허리디스크가 악화되어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고, 수술이 두려웠던 설씨는 여러 병원을 돌면서 차일피일 수술을 미루고 있었다. 스트레칭이나 운동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고 믿었던 설씨는 어느날 운동 후 갑자기 통증이 사라짐과 동시에 발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급히 병원을 찾아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발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재활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 디스크가 터졌다는 게 무슨 뜻이예요?

디스크가 터졌다고 하면 사람들은 척추속에서 수핵이 줄줄 흘러내리는 심각한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디스크가 터졌다는 것은 디스크 탈출 단계를 의미한다.

척추관절전문 안양 튼튼병원 임대철 병원장은 "비교적 가벼운 디스크는 디스크 돌출단계까지로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섬유륜은 손상이 없는데 디스크가 부풀어 올라 신경을 누르는 단계를 뜻하며 중기 이전의 증상이다. 디스크가 터졌다는 것은 디스크 탈출단계로. 이때는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섬유륜이 찢어져 디스크 내부 물질 즉 수핵등이 척추관으로 돌출된 단계를 뜻하며 이때부터 디스크 수술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디스크 탈출이 디스크 돌출 단계에 비해 더 심각하게 생각되는 것은 하지근력이 약화되거나 감각의 저하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성인에서는 자기치유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디스크 탈출 단계의 디스크를 방치했다가는 신경의 손상이 심해져 디스크 수술 이후에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수술을 권하게 된다.

- 디스크가 터졌다는데, 별로 아프지도 않고, 수술 꼭 해야 하나?

디스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오히려 터지기 전보다 통증이 덜해지는 경우엔 꼭 수술이 필요한지 환자는 아리송해진다. 이때 디스크가 나아졌다고 일시적으로 착각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디스크 돌출 단계에서는 튀어나온 부분에 압력이 몰려 신경의 한 지점을 강하게 압박해 통증이 심하지만, 디스크가 터진 탈출단계에서는 여러 부분으로 압력이 분산되기 때문에 통증 자체가 덜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터진 디스크가 급성 디스크인지 만성디스크인지에 따라서도 통증의 정도가 다른데 급성디스크 탈출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극심한 통증과 마비증상이 생겨 바로 병원을 찾아 응급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만성 디스크 탈출은 수년 동안 직업력이나 평소 자세에 따라 척추가 조금씩 변형되면서 디스크 탈출에 적응되어 주변의 인대나 근육에도 변화가 생겨 급성처럼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렇듯 만성적 디스크의 탈출인 경우, 평소 꾸준히 관리를 받고 치료를 받은 상태라면 하지마비나 감각저하로 인한 응급 수술의 위험이 줄어든다. 마비가 오게 되더라도 급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고 전조증상이 몇 개월 전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스크가 탈출됐다고 해서 바로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비수술적 치료법이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주의해야 할 점은 수술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함부로 마사지나 운동을 하면 탈출된 디스크 부위를 압박해 신경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반면 꼭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급성 디스크 탈출인 경우, 하지(발목이나 발)에 감각이 저하되거나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 보존적 치료를 6주 이상 시행했음에도 효과가 없을 때, 또한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을 권하게 된다. 디스크가 오래되면 척추뼈와 근육에 변형이 일어나 통증이 덜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결코 증상이 호전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