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도덕경>인가

입력 2011-07-12 10:22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은 미래 사회의 메가트렌드를 고령화, 여성, 로하스로 요약하고 <도덕경>에 이 세 물결이 함축돼 있다고 했습니다. <도덕경>이 어떤 책입니까. 무려 2500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노자라는 현자가 썼다는 고전이지요. 성경을 제외하면 세상의 어떤 책보다도 많이 번역된 5천여 자로 이뤄진 가르침의 서(書), 꿈 해몽하듯 역자마다 해석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세 가지 메가트렌드부터 살펴봅니다. 첫 번째 물결인 고령화는 모든 선진국에서 감지되고 있고 우리 나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일본은 이미 4년 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섰으며 유럽이 2020년 전후, 한국도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합니다. 어떤 전문가는 영향력 면에서‘공산권 붕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인구통계학적 재앙’이라고까지 말한다네요. 바야흐로 인류 전체가 늙어간다는 것이죠.

여성이 점점 더 똑똑해지는 것도 대세라고 합니다. 세계 도처에서 여학생들의 숫자가 크게 늘고 성적도 좋아져 남학생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경제력의 확보를 통해 구매 결정의 80%를 차지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되었다는 것도 주목 대상입니다. 때문에 여성을 겨냥하지 않고는 비즈니스를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야망이 아니라 도덕이 중요해졌으며 기능보다 감성적 하이터치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는 설명입니다.

로하스(LOHAS)는 소비 측면에서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환경과 새로운 가치를 중요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먹거리에‘에코’라는 단어가 붙으면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잘 팔립니다. 당연히 무농약 우유와 채소, 쌀이 인기를 끕니다. 개발되지 않은 불편과 초라함은 벌레 먹은 채소처럼 자연스러운 건강함을 상징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돼 갑니다. 에너지와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 신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요.

그렇다면 여기서, 기원 전에 살았던 노자라는 사람의 오래된 생각과 가치가 어떻게 오늘날에도 통할 수 있는지, 미래의 메가트렌드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본형 소장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이 책은 신기하게도 메가트렌드의 세 개를 다 갖추고 있다. 가장 오랜 것이 가장 최신의 것이 되었다. <도덕경>의 저자가 누구인가? 늙은이, 노인 즉 노자(老子)다. 인생을 살아본 자의 달통한 삶의 지혜로 가득하다. 애쓰지 마라. 결국 네 운명대로 살 것이다.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살라. 이 위로와 진무는 경쟁력을 외치며 자기계발로 전전긍긍하는 바쁜 직장인의 넥타이를 자애로운 늙은 손길로 풀어준다.

어느 시대나 모든 나라가 역사의 발전 단계를 거치는 동안 여성의 땀과 피와 헌신에 빚지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여성은 늘 약자였다. <도덕경>은 고전 중에서도 가장 여성적인 책이다. 모든 것의 근원인 여성성, 그 어두운 계곡, 그곳이 인류의 발상지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책을 들라면 당연히 <도덕경>이다. 사회에서 가지가지의 사연으로 다친 모든 이들을 품어주는 곳이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의 죽음을 받아줌으로써 삶을 완성하게 하는 귀소인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어찌하여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가 이미 우리의 미래에 가 있단 말인가?”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웨인 다이어의 노자 읽기>, 웨인 다이어 지음, 신종윤 옮김, 구본형 해제, 나무생각, 2010)

글: 김홍조(한국경제TV 해설위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