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세대주의 배우자가 임대차 기간에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됐더라도 오랫동안 별거를 해 실질적으로 같은 세대를 이룬 적이 없다면 임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배우자가 다른 주택을 소유해 임대차 계약이 해지됐다'며 김모(74.여)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무주택자에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해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제도 목적 등에 비춰 볼 때 형식적 배우자가 임대차 기간에 다른 주택을 소유했더라도 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의 배우자인 강모씨는 26년간 제삼자와 사실혼 관계를 맺고 김씨와는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냈음에도, 강씨가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됐다는 이유로 임대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와 2008년 3월부터 2년간 서울 강북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대해 임대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에 다른 주택을 소유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도록 약정했다.
주택공사는 주택소유 조회를 통해 김씨의 배우자가 2008년 5월 대전 서구의 한 다세대주택 소유권을 취득한 것을 발견, 임대계약이 해지됐음을 이유로 부동산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남편과 오랫동안 별거 상태에 있었고 해지 통지를 받은 뒤 이혼 판결까지 받았다'며 맞섰으나 1·2심 재판부는 "별거 상태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배우자를 세대원에서 제외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부동산을 인도하도록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