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가 감세정책이 시행된 2009년 이후 국내 10대 그룹의 투자실적과 주식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설비투자나 R&D투자에 들어간 돈보다 주식투자에 쓴 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규투자하라고 세금 깎아줬더니 주식 투자로 배를 불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박병연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법인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기 직전인 지난 2008년.
국내 10대 그룹의 설비투자와 R&D투자 규모는 73조1천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0년. 10대 그룹 투자 규모는 92조7천억원으로 26.8%(19조4천억원) 늘어났습니다.
회사별로는 삼성이 2010년 34조8천억원을 투자해 2008년에 비해 25% 늘어났고, LG는 18조8천억원으로 66%, 포스코는 9조4천억원으로 91%나 증가했습니다.
롯데도 지난해 4조1천억원을 투자해 51% 늘었고, 한진은 200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2조8천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에비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천억원을 투자해 2008년 대비 77%나 줄었고, GS도 신규 투자가 2조원에 그쳐 5% 감소했습니다.
얼핏보면 일부 그룹사를 제외하고는 감세정책의 취지에 맞게 신규투자를 대폭 늘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기간 이들 그룹의 상장기업 보유 주식수와 주식평가액을 들여다보면 해석이 달라집니다.
2009년 4월 22억2900만주였던 보유 주식수는 2년 뒤인 올해 4월 28억2200만주로 5억9300만주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주식평가액은 100조2천억원에서 214조9천억원으로 114조7천억원이나 급등했습니다.
단순하게 2009년 4월(4만4950원)과 올해 4월(7만6150원)의 평균 주당가치의 중간값인 6만550원을 평균 매입단가라고 가정하면 최근 2년간 35조9천억원을 주식 매입에 투입해, 10조원 가량을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기간 중 있었던 생보사(삼성생명, 대한생명) 상장이나 지주회사 전환(한진해운홀딩스) 등 보유주식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설비투자나 R&D투자에 비해 주식투자 규모가 월등히 컸습니다.
이는 감세를 통해 늘어난 기업이익 중 상당부분이 신규투자에 쓰이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세정책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세금 감면으로 발생한 이익이 당초 취지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적절한 감시장치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WOW-TV NEWS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