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스닥은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설립됐습니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에게 자금조달 기회를 부여하고자 만든 것인데요.
하지만 지금 우리의 코스닥은 설립 당시 취지와는 다르게, 코스피의 2부 시장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김민찬 기자가 코스닥시장의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2008년, 당시 코스닥의 대장주였던 NHN이 코스피로 이전 했습니다. 상장한 지 만 6년 만에 코스닥을 떠났습니다.
당시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총이 66조원. NHN은 7조원으로 그 중 1/10을 차지했습니다.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NHN 대표에게 코스닥에 남아달라는 서한도 보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NHN이 코스피로 옮겨 간 결정적인 이유는 코스닥의 신뢰부족 때문입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외면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NHN 관계자
“주가의 안정적인 흐름을 원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요청도 있고, 전반적으로 주가의 안정성을 따지다 보니깐 옮기게 됐습니다. ”
이 밖에도 우량한 코스닥 기업들은 대부분 코스닥 시장을 떠났습니다. 엔씨소프트, 아시아나 항공, LG텔레콤 등이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15년 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둥지를 옮긴 기업은 86개 사에 달합니다.
모두가 공통된 이유입니다. 코스닥 시장이 머니 게임의 장으로 전락하면서 신뢰도가 추락했습니다. 여기에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사건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에 대한 불투명성도 짙어졌습니다. 이러면서 주요 투자주체들이 코스닥을 떠나 버렸습니다.
<인터뷰> 윤계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의미에서 계급화가 돼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은 1급이고 코스닥 시장은 2급이고 이런 느낌들을 은연 중에 갖게 됩니다. 이것이 결국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되는데.”
이러면서 주가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올 들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을 때, 코스닥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성장한 기업들은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처럼 코스피의 2부 시장으로 전락해 버리고 있는 코스닥 시장. 이대로 정착해 버릴 것인지, 아님 본래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15주년을 맞은 현 시점에 코스닥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WOW-TV NEWS 김민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