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 공정거래 실종…개미들 피해 속출

입력 2011-06-29 07:53
한국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구조적으로 시장 정보와 주문 체결 속도 등에서 상대적 불리한 탓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와 기업탐방을 하면서 선행매매를 하는가 하면 기관 대상 세미나에서 기업분석 결과를 사전에 누설한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불공정 행위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장기 투자에도 수익은커녕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연합뉴스가 29일 증권업계를 조사해본 결과 최근 전ㆍ현직 증권사 사장들의 무더기 기소 사태를 불러온 주식워런트증권(ELW)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파생상품 시장에서 개인은 기관보다 주문 체결속도가 늦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파생상품에서 기관이 개인보다 빠른 속도로 거래하는 전산시스템이 구축된 탓이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면 누구나 남들보다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는데도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 때 기관이 개인보다 빠른 것은 증권사들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에게 더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업탐방을 함께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불공정 사례로 꼽힌다. 특정 종목의 호재성 정보를 일찍 확보한 기관이 해당 주식을 싼값에 미리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기업탐방에 동행하는 사례가 많다. 기업방문 후에 펀드매니저가 한꺼번에 주식을 많이 사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윈윈' 차원에서 서로 짜고 거래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가 거래량이 적고 우량한 기업을 점찍어 미리 주식을 사놓으면 애널리스트가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다. 그러면 펀드매니저는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치워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 역시 기관 대상 설명회나 세미나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서 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종종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인의 정보 취득이 한발 늦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증권사 중에는 기업의 실적발표가 있을 때 기관이나 큰손에 정보를 먼저 제공해 특별 관리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투자자는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들은 큰손들의 주가조작 등에 의해서도 희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불법 투자자자문업체들에 의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무인가ㆍ무등록 자문업체들이 수십만원에서 1천만원 이상의 가입비를 받고 회원을 모집하고서 특정 주식을 사도록 권유,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 자신들이 보유하는 주식을 내다 파는 수법의 불공정행위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큰 업체의 임원 등이 자신이나 친척, 지인들의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회피하는 사례도 많다. 개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인데도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