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계열인 NH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투자자들의 매매 내역이 유출되는 사고가 났다.
농협이 최악의 '전산 대란'을 겪은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계열사 전산망에서 심각한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6일 오후 2시부터 30분간 시세조회용 HTS에 투자자들의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노출됐다고 17일 밝혔다.
투자자 이름과 계좌번호, 체결 종목ㆍ가격, 거래량 등 구체적인 내역이 HTS 화면의 '체결알림판'이라는 거래창에 떴다. 당시 시세조회용으로 접속한 고객은 10여명이다. 이들은 다른 투자자의 거래내역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이 전산프로그램을 잘못 입력했다. 시스템 오류나 외부 해킹에 의한 사고는 아니다.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는 없는 상태다"고 해명했다.
증권사 HTS에서 거래된 내역이 고스란히 유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NH투자증권 측이 시스템 오류나 해킹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시스템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증권업계 전체 전산장애 민원ㆍ분쟁에서도 NH투자증권이 70.6%를 차지해 전산망 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농협중앙회와 전산망이 분리돼 있지만, 중앙회가 지난 4월 사상 최대 금융사고를 겪었던 터라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농협중앙회의 일부 전자금융시스템이 4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한 증권사 전산담당자는 "보통 실시간 체결 정보는 고객 아이디나 계좌번호를 기준으로 제공되기에 NH투자증권과 같은 사고는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고객 정보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있어서는 안 될 사고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