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부분 지역에 수십년래 최악의 봄가뭄이 계속되고 수은주도 예년보다 높게 치솟으면서 농민들이 울상짓고, 전력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분간 해갈에 도움이 될 만큼의 비가 내리지 않고 기온도 평년보다 계속 높을 것으로 예보돼 곡물과 전력 가격이 더욱 치솟고 있다.
관광업계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자 반색하고 있으나 더위와 가뭄이 여름까지 계속될 경우 전력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원전 가동이 중단돼 제한송전 사태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18일 유럽연합(EU)과 현지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유럽 대부분 지역의 올해 2-4월 강우량이 1951-2000년의 50년 간 같은 시기 평균치의 40-60% 수준에 불과하다. 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온 지역도 예년 평균치의 80%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 4월 강우량이 지난 60년 사이에 가장 적었다. 유럽 최대의 밀 생산국인 프랑스의 강우량은 평년의 절반도 안된다.
EU의 농업 관련 모니터 기관인 MARS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벨기에와 네덜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토양 속 수분 함량이 '위험 수준''에 있다고 밝혔다.
각국 방송사들은 이달 들어 메마른 밭과 작물이 시들어가고 농민들이 걱정하는 모습들을 자주 화면에 비춰주면서 관련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밀 생산국인 프랑스의 곡창지대인 북부지역의 경우 50년래 가장 토양이 건조한 상황에 있으며 올해 농사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프랑스 당국은 밝혔다. 프랑스의 올해 밀 수확량은 작년 보다 12%, 독일의 경우 7.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ARS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비가 내리느냐 여부가 밀 등의 곡물 수확량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면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수확량 전망치를 또다시 크게 낮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각국 기상당국은 당분간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일부 비가 내려도 해갈에 도움이 될 만한 양이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번 달이 사상 가장 건조한 5월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이날 밝혔다.
유럽의 밀 선물 거래가는 이달 들어서만 10% 이상 올랐다. 세계 밀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유럽의 작황 부진은 지난 1년 사이에 58%나 오른 국제 밀 가격을 더 치솟게 할 전망이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18일 자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민주화 변혁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식량 등 생필품값 앙등이었음을 지적한뒤 국제곡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가난한 나라의 서민 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이것이 정치적으로도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봄 가뭄이 계속되면서 각국 주요 하천 수위가 낮아져 전력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스위스의 경우 강물 수위가 1997년 이래 최저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만수기 대비 수위는 27%로 예년 평균치(31.5%)보다 낮다.
전력의 20%를 수력발전에서 얻는 프랑스의 경우 강물 수위가 2006년 이래 최저로 떨어지면서 전력가격은 2008년 11월 이래 최고가로 뛰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건 이후 자국 원전 가운데 오래된 7곳의 가동을 중단한 독일의 경우 가뭄으로 인한 전력 생산량 감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독일의 전력가격은 작년 5월 메가와트시 당 46.35유로였으나 18일엔 3년래 최고가인 59.6유로에 거래됐다.
유럽 대부분 지역의 6-7월 기온은 예년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날이 더우면 에어컨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 또 강 수위가 기준치 이하로 낮아지고 강물 수온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프랑스의 원자력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해야 해 전력 생산량은 더욱 줄어든다.
이에 따라 내달에는 전력가격이 메가와트시 당 65-70유로로 뛸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하고 있다. 또 석탄을 발전에 더 많이 쓰면서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