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이 본연의 기능인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라 부른다. 시장이 규모의 경제와 정부의 인․허가 요인으로 독과점이 되거나 완전경쟁시장이라도 외부효과, 공공재,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시장의 실패가 일어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이 상황에 빠지면 정부가 보이는 손을 갖고 불완전한 시장의 기능을 보완한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완전한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답할 수 없지만 각종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보면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 즉 정부에 의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과 불공정한 현상도 자주 목격된다.
정부의 실패가 생기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책결정이 정치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정권유지, 선거공약과 같은 개인적인 야심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 경우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대표적으로 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정책을 들 수 있다.
정부의 정책결정에 있어서 정치가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관료조직이다. 양심적인 공직자도 있지만 모든 공직자가 다 공익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다. 공직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익을 공익보다 앞세우게 되고, 이 경우 올바른 의사결정이 어렵게 된다.
이를 테면 특정 지역의 부동산 대책을 강구하는 공직자가 해당 지역에 살 경우 자신들의 재산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근본적인 억제책을 내놓기란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 정부의 경우 잇달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 강남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는 데에는 부동산 대책을 강구하는 공무원들이 강남지역에 살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새겨야 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가 시장실패의 하나로 분배의 불공평을 들고 있으나 이 때문에 정부의 재분배정책이 필요하다. 재분배 정책의 취지는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거둬 없는 계층의 소득을 이전하는 것이나 실제로 있는 계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 시장실패의 원인으로 불완전한 정보를 들고 있는데 이는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에서 문제가 되는 불완전한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경제주체간의 비대칭성으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활실성이다.
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중에서는 경기대책을 들 수 있다. 출범초부터 대다수의 국민들은 외환위기보다 더 어렵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우리 경기를 낙관한 현 정부의 경제각료들의 잘못된 정보로 이제는 경기회복을 위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의 성공여부는 경제주체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가계나 기업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실패가 있다고 정부가 시장에 전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정부 개입의 비용이 시장실패의 비용보다 적으면 정부의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실패의 비용이 정부의 개입비용보다 적다면 설령 시장실패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어느 경제주체보다 정부가 처신하기 어렵고 정치가나 관료조직이 국민의 공복(公僕)이 돼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분명한 것은 선진경제일수록 자원배분에 있어서는 보이는 손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중시하고, 이를 위해 시장과 정부와의 관계는 ‘작은 정부론(small government)’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이는 집권 후반기에 갈수록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주력해 왔던 있는 계층을 억제하고 없는 계층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추진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없는 계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총체적인 정부의 실패에 해당된다.
현 시점에서 정부는 그동안 추진한 정책들이 왜 실패하는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추진할 모든 정책의 기본원칙은 정부보다는 시장 중심으로 되돌려 나야 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