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개미''들인 개인투자자가 주식 직접투자에 팔 걷고 나섰다.
''개미의 귀환''을 진단하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개인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코스피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왔다. 이를 감안하면 개인의 증시 진입을 강세장이 지속될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개인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을 보면 우려도 나온다.
기관과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한 종목을 개인이 저가에 사들였다.
''차ㆍ화ㆍ정''으로 불리는 자동차와 화학, 정유 업종이다.
이들 업종이 상승 랠리를 재가동하면서 개미들을 최후의 승자로 만들 수 있지만, 당장의 수익률은 부진한 상황이다.
15일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결과, 올해 들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조5천억원을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금액)했다.
3월에 2조4천억원을 팔아치웠지만 1월과 2월, 4월에는 모두 '사자'' 우위였다. 이달에는 강도를 높여 8거래일간 2조2천600억원을 순매수했다.
주식을 사들이려는 대기 자금도 풍부하다.
우리투자증권이 추정한 실질 고객예탁금은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5조1천600억원 증가했다.
개인 매매분을 감안해 실질적인 자금 유출입을 보여주는 지표로,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는 자금이 5조원가량 불어났다는 뜻이다.
실질 예탁금의 증가세는 지난달부터 한층 뚜렷해졌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직접 주식을 사들인 자금과 실질예탁금 증가분을 더하면 10조원 가량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직접투자보다는 자문형 랩처럼 기관화한 ''개미 자금''이 많아진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랩 상품은 계좌별로 운용되기에 개인 자금으로 집계된다.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일부 랩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펀드로도 다시 자금이 들어올 조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신용융자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고공행진하는 것도 개미의 투자 열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신용융자 급증에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지만, 규모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2일 기준 신용융자는 6조8천203억원으로 지난달 말 6조8천961억원과 비슷하다.
개인이 증시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추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증권사들은 올해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지더라도 개인 자금이 공백을 메워주면서 강세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4~2007년 강세장에서 주식형 펀드가 동력이었다면, 이번에는 ''개인'' 자금이 전면에 나선다는 것이다. 결국, 개인이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것은 상승 랠리를 기대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기간을 좁혀보면 개인들이 뒤늦게 투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대지진 이후 상승장을 이끌었던 자동차ㆍ화학ㆍ정유, '트로이카'' 업종이 대규모 차익 매물로 약세를 보이자 개인이 저가매수에 나섰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개인은 기아차, OCI, 현대차, 현대중공업, LG화학 등을 많이 샀다.
그밖에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GS, SK이노베이션, S-Oil 등 정유주가 나란히 포진했고, 한화케미칼 등 화학주도 꼈다.
기관은 기아차ㆍGSㆍS-OilㆍLG화학을, 외국인은 OCIㆍ현대차ㆍ한화케미칼을 대규모 팔아치웠다. 기관과 외국인이 내놓은 매물을 개인이 받아냈다는 뜻이다.
반등 가능성을 고려하면 싸게 샀다고 볼 수 있지만, 당장의 수익률은 참담한 지경이다.
이번달 개인이 주로 순매수한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0.26%로 코스피 등락률(-3.77%)에도 못 미친다. 기관은 2.94%, 외국인은 -3.68%로 개인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미들이 이번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주도주가 전기전자(IT) 쪽으로 바뀌고 있어 막차를 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