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의 목표와 실행 방법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일기장이 빈 라덴 제거작전 과정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입수됐다고 AP통신이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빈 라덴이 직접 손으로 쓴 이 일기장은 계획중인 테러의 구상과 세부 실행계획이 빼곡히 들어 있어 미 정보당국의 입장에서는 더 없이 귀중한 정보라고 AP는 전했다.
이 기록 가운데는 뉴욕만을 테러의 표적으로 삼지말고 로스앤젤레스와 여타 중소도시 등으로 목표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9.11테러와 같이 수천명의 인명을 살상하는 것만이 미국의 아랍에 대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빈 라덴의 견해도 담겨 있다.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미국내에서 열차를 교량이나 계곡 등에서 탈선시켜 대규모로 인명을 살상하는 테러를 감행하려는 계획도 빈 라덴의 일기장에서 확인된 정보다.
빈 라덴의 일기장에서 입수된 이러한 정보들은 그동안 빈 라덴이 수년간 은신하면서 조직망이 파편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추종자들에게 끊임없이 미국을 겨냥해 새로운 방식으로 테러를 가할 것을 압박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또 오랜 은거 생활로 인해 빈 라덴이 알 카에다의 주변부로 밀려나 조직에 대한 장악력이 약화됐다는 기존의 미국 당국의 분석이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빈 라덴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예멘 지부 등과 같은 알 카에다의 하부조직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방법은 USB메모리 드라이브를 인편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의사소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추적을 피하는데는 가장 안전하다는 점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는 또 아랍세계에서 미국이 완전히 철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미국민을 살상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도 서술했다.
그는 소규모 공격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수천명의 인명을 살상해야만 미국의 정책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빈 라덴은 또 미국 워싱턴 정가에 정치적 불만세력을 투입해 정치적 반목을 심화시키는 계획도 구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빈 라덴은 자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일기를 계속 써온 것으로 유명하다고 AP는 밝혔다.
빈 라덴의 아들은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가족이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할 때 자신의 아버지가 생각과 계획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인물로 묘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