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 22일로 11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농협이 삭제된 일부 거래내역을 아직 복구하지 못하고 있어 거래내역 복구가 장기화되거나 일부는 사실상 영구유실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농협은 당초 이날까지 전산을 통한 금융거래를 완전정상화하겠다고 밝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날 저녁 늦게까지 작업을 계속한 뒤 시스템을 재가동하고 고객의 양해를 구해 유실된 자료를 계속 찾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이 삭제된 거래내역을 완전복구하지 못한 채 시스템을 재가동할 경우 농협카드를 이용한 거래내역 잔액이 실제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혼란이 발생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협 관계자는 "고객들과 약속한 대로 오늘까지 완전복구를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뱅킹을 통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업무는 가능하지만,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발생한 전산장애로 농협은 553개 중계서버 가운데 절반인 275개가 피해를 입어 상당량의 거래내역 및 고객정보가 삭제됨으로써 지금까지 정상적인 금융거래에 큰 차질을 빚어왔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 카드 관련 업무도 99% 정도 복구됐다고 할 수 있지만, 일부 삭제된 데이터로 인해 잔액이 맞지 않는 등 데이터 정합성에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맹점과 다른 은행 등을 통해 신용카드, 체크카드 이용내역 등의 자료를 얻어 계속 입력하면서 삭제된 거래내역 등을 복원하고 있지만 복구하지 못해 유실된 일부 데이터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계속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삭제된 자료를 모두 찾아 완전히 복구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이지, 못찾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날 농협이 내달 4일까지 카드결제일이 돌아오는 고객들의 결제청구를 한달 늦추기로 한 것도 삭제된 거래내역을 완전복구하지 못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농협 관계자는 밝혔다.
삭제된 거래내역을 완전복구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거나 일부 삭제된 거래내역의 경우 사실상 영구적으로 복구가 어려울 수 있음을 농협도 인정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협은 일단 이날 오후 늦게까지 삭제 거래내역 되살리기 작업을 계속 실시, 최대한 복구노력을 한 뒤 일단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나서 미처 복구하지 못한 거래내역은 계속 살려내도록 노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 이재관 전무이사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농협이 몇차례 서비스 복구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22일까지 대고객 업무는 복구가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농협은 지금까지 훼손된 275개 중계서버 가운데 170여개 복구를 마쳤으며 이 정도 서버 능력으로는 평소 거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농협측은 설명했다.
일각에선 거래가 폭주할 경우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농협이 일부 거래내역을 복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금융거래를 정상화 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더이상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래내역 관련 데이터가 완전 복구되지 못한 채 서비스가 재개될 경우 고객들의 금융거래 내역이 실제와 차이가 생기는 게 불가피해 농협과 고객 간 이를 둘러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농협은 이번 전산장애와 관련, 이날까지 총 31만168건의 민원이 제기됐으며 이 가운데 피해보상요구가 1천96건으로 898건, 758만9천원에 대해선 원만한 합의로 보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