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동안 저녁 7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 20분이면 일어나는 고행(?)을 하다 보니 주변에 친구가 거의 없다. 늘 혼자 있는 생활에 익숙하다보니 취미라고는 고작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 혹은 와이프와 주말에 함께 와인 한 잔 마시는 것이 전부다.
향이 좋은 커피는 늘 인터넷을 통해서 주문을 했었는데 얼마 전 주문을 하다가 당장 주문을 취소해버렸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극미량이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스트론튬이 발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옥의 신이라는 닉이 어울리는 플루토늄 혼합 연료봉(MOX)이 사용되었고 일부 소실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어가고 있지만 시장에서 생각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는 줄지 않고 있다.
필자가 커피 주문을 취소한 이유는, 단지 그것이 일본산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주초에는 일본이 원자력 사고 등급을 7단계로 상향조정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에 대해 키리옌코 러시아 원자력 공사 사장은 현재 일본 원전 사태는 기대 이상으로 잘 수습되는 중이고 러시아의 평가로는 6등급에도 미치지 않는데 일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했고 세계 보건기구의 네이라 환경보건국장 역시 등급 조정은 공중보건상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시중 보도 내용 재인용) 7등급이든 6등급이든 중요하지 않다.
일단 방사능 물질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 한 번 들러붙으면 평생을 두고 방사성 물질을 방사한다. 반감기가 방사성 물질마다 틀리지만 플루토늄과 같은 것은 무려 반감기가 25000년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연 일본에서 생산된 곡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까?
혹은 일본에서 제작된 차량을 마음 놓고 타고 다닐 수 있을까?
물론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필자도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는 위험 여부를 떠나서 같은 값이면 일본 제품은 상당기간에 걸쳐 구매할 의사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필자가 유일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 당분간 일본 기업 보다는 한국기업이 유리한 상황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도호쿠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에 우리나라로는 40억 달러 이상이 순유입되었다.
물론 실효실질환율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같은 기간 대만으로는 순유입 규모가 고작 50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네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유동성의 기대치는 높다는 판단이다.
<글. 박문환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