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자금경색에 빠진 건설업계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만기가 돌아오거나 원리금이 연체되는 사업장에서 주저 없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PF 사업의 좌초와 건설사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지난해 말 PF 대출 잔액은 약 22조3천억원으
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이 12조2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보험사 4조9천억원, 할부금융사 3조원, 증권사 2조2천억원 등이다.
여기에 제2금융권은 아니지만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의 여유자금을 예탁받은 상호금융특별회계에서 나간 PF 대출 5천억원을 포함하면 23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은행권 PF 잔액 38조7천억원의 6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PF 부실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있다.
금융권 전체 PF 연체율은 2008년 말 4.4%에서 2009년 말 6.4%, 지난해 말 12.9%로 높아졌다.
특히 제2금융권의 연체율만 떼어 놓고 보면 증권사 30%, 저축은행 25%, 할부금융 18%, 농협 특별회계 18%로 금융권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보험만 연체율이 8%로 다소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미 '망가진'' 대출을 의미하는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증권사 40%, 할부금융 18%, 저축은행 9% 등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유도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없다 보니 PF 대출을 회수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또 어디가 무너질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며 "제2금융권 대출 만기구조와 회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 회사들은 실제로 PF 대출의 부실이 심해지자 앞다퉈 발을 빼려는 모습이다.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 등 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무너진 배경에도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PF 대출 회수가 작용했다.
지난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의 경우 헌인마을 사업에 대한 대출채권에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제외한 2천500억원의 금융권 PF 컨소시엄 가운데 절반가량이 저축은행, 할부금융, 증권사 자금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금융회사의 대출담당 직원은 "건설사들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원리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 사업장의 대출은 적극적으로 회수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와 건설업계의 '상생''을 위해 PF 대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 사이에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공포심이 퍼진 것 같다"며 "성공 가능성이 있는 PF 사업은 제2금융권의 시행사 대출에서 은행의 차환 대출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