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H, 신공항 백지화 희생양 되나

입력 2011-04-01 14:48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불똥이 한국토지주택공사 LH로 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남권 민심 달래기용으로 LH 본사를 영남권으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LH 본사 이전 문제는 ''경남 진주''냐, ''전북 전주''인지를 두고 두 지자체, 아니 영·호남간 대결구도로 팽팽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정치논리로 풀려다간 지역갈등에 따른 엄청난 후폭풍이 우려된다.

MB정부의 텃밭인 영남권을 지원하기 위해 LH 본사를 이전할 경우 호남권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오히려 동남권 신공항을 능가하는 정국불안을 초래할 수 있고 다가올 선거에도 직격탄을 날릴 만큼 중차대한 문제다.

LH 임직원들은 부채 125조원을 줄이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사업재조정 작업에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직접 나서 회사보유 건물과 토지를 팔고 있는 실정이다.

국책사업을 수행하다 빚더미에 올랐지만 LH 임직원들은 정부를 향해 뭐라 꼬집는 얘기도 못 꺼내고 경영회생 작업에 온 몸을 던졌다.

그런데 본사 이전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정치권에 휘둘려 옮겨갈 일터가 어디로 정해질 까 또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LH 관계자는 "아무리 국정감사를 받는 정부 산하기관이지만 정치권에서 당리당략을 위해 왜 감나라 배나라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호소한다.

LH 본사 이전 논의가 이달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공석이던 지역발전위 위원장이 얼마전 선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홍철 위원장은 지역발전위원회를 맡기 전까지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을 맡아 왔다.

때문에 일각에서 포항출신인 홍 위원장이 영남권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영남권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치권의 입김이 자연스레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는 LH 본사 이전을 상반기 중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2기 지역위의 민간 위원 구성이 완료되는대로 이전 후보지인 경남과 전북 행정부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LH 본사 지방이전 협의회를 열어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이미 수차례의 논의가 있었지만 두 지자체간 합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겠지만 정치권의 외압이 심히 우려된다.

LH 본사 이전지를 진주-전주 ''분산배치''냐, 한쪽에 ''일괄배치''인지를 두고 결정하게 될 날이 석달도 채 안남았다.

영.호남권은 물론 온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역위의 결단을 지켜보고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상의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