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 매수?..증권사 보고서 ''황당''

입력 2011-04-01 16:52
수정 2011-04-01 16:53
<앵커>

지난해 네오세미테크가 퇴출당하기 직전 한 증권사가 매수의견 보고서를 낸 것이 문제가 된 일 기억하실껍니다.

이번에 발생한 중국고섬 사태 며칠 전에도 일부 증권사들이 매수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이기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달 15일 한 증권사가 배포한 중국고섬에 대한 분석 보고서입니다.

''원재료가격 상승에도 높은 수익성 지속 예상''

''40만톤 Capa 증설 허가 확보는 동사의 경쟁력 입증''

중국고섬이 중국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뚫고 생산규모 증설에 대한 허가를 얻어냈고 이는 회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일주일 뒤 시장에는 중국고섬에 대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생산규모 증설을 위해 투자한 금액 3천4백억원이 이사회 결의없이 진행됐고,

이로 인해 싱가포르에서 중국고섬의 주가가 급락하자 회사측이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싱가포르거래소에 매매 정지를 요청했다는 겁니다.

이후 중국고섬의 매매정지 사유는 자회사의 회계문제로 드러나긴 했지만 증권사가 분석보고서에서 호재라고 밝혔던 내용은 오히려 시장에서는 루머와 악재로 변형돼 한동안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온 경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애널리스트는 스스로도 현재 상황이 당황스럽다며 명확한 입장표명을 꺼려했습니다.

<전화 인터뷰> A증권사 애널리스트

"아직 최종결론이 안나서 명확한 답변은 못드리겠고요. 갑자기 거래정지되서 저도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도 지난 달 7일 중국고섬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증권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중국고섬에 대해 매수의견과 함께 당시 주가보다 42%나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좀 더 구체적인 생산규모 증설 계획도 기재돼 있습니다.

중국고섬이 증시에 상장하며 확보한 공모자금과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생산 증설비용에 충당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증설 투자는 매년 회사 매출을 30~40% 성장시킬 호재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온 지 일주일 후 이 증권사 CEO까지 나서 중국고섬 주식 1만주를 매수했지만 황당하게도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중국고섬은 거래정지됐습니다.

CEO까지 나서서 주식을 매수했는데도 거래가 정지되자 매수의견을 냈던 애널리스트 역시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전화 인터뷰> B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내실때는 지금 상황은 예측 못하셨죠?) 지금 상황이 공시만 보면 거래정지된거니까.. 정지가 될 줄은... 조금 그렇죠."

지난해 금융투자협회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보고서의 책임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애널리스트 공시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업계의 거세 반발로 유야무야 된 바 있습니다.

또 증권사의 철저하지 못한 기업 분석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해당 증권사들은 남의 일인 양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결국 증권사 분석을 믿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만 믿었던 증권사로부터 소위 말하는 ''독박''을 쓴 셈이 됐습니다.

WOW-TV NEWS 이기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