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냉각장치 복구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방사선에 노출돼 병원에 실려간 사건을 분석한 결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의 연료봉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2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작업원들이 일하던 3호기 터빈실 지하 1층에 고여 있던 물에서 정상 운전시 원자로 노심의 물보다 농도가 1만 배 높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터빈실에 고여 있던 물을 분석한 결과 1㎠당 약 390만㏃(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정상 운전 중인 원자로 노심 물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수백 ㏃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빈실 물에서는 정상 운전 시라면 연료봉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방사성 요오드 131이나 세슘 137 등이 검출됐다.
원자로 터빈실은 원자로와 연결돼 있긴 하지만 별개의 건물이다.
정상 상태라면 터빈실에 물이 고여 있지 않고, 방사성 물질 농도가 ''0''에 가까운 것은 물론이고, 원자로 노심의 물도 방사성 물질 농도가 그리 짙지 않아야 한다. 연료봉이 금속성 피복재 등으로 이중삼중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터빈실의 물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은 3호기 원자로나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 있는 연료봉이 손상돼 방사성 물질이 다량으로 새어나왔고, 냉각수 등을 순환시키는 배관이 심하게 손상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원자력안전.보안원 관계자는 "방사성 물질이 멀리까지 퍼졌다는 점은 정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연료봉이 훼손됐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NHK 방송은 "3호기뿐만 아니라 1, 2호기 연료봉이 모두 손상됐을 수 있다"며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이 터빈실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으로 새어나갔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로의 전력 및 냉각장치 복구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됐다.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도쿄전력이 방사선 노출 사고 전날인 23일 터빈실을 조사했을 때에는 물이 거의 고여 있지 않았고, 방사선량도 시간당 0.5m㏜(밀리시버트)로 낮았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 협력업체 소속인 근로자들은 작업화 속에 물이 새어들어 오고, 방호복에 달린 선량계(線量計)가 경고음을 내는데도 선량계가 고장 났다고 생각하고 계속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도쿄전력에 대해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고, 작업원 장비를 보강하며, 선량계가 경고음을 내면 작업을 멈추게 하는 등 사고 재발을 방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도쿄전력은 25일 오전 1∼4호기 원자로 등에 외부 전원을 이용해 냉각수를 주입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재개했다.
지금까지는 우선 급한대로 원자로 안에 바닷물을 부어왔지만, 염분이 쌓이면 냉각 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