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안정을 되찾아가던 이집트에서 최근 정보기관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또다시 정정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위대가 정부 청사에 난입하는가 하면 군(軍)이 공포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고, 무장괴한까지 등장하면서 유혈 폭력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약 2천500명의 시위대는 6일 수도 카이로의 나스르시티에 위치한 국가안전보장국 본부에 난입해 보안수사대(SSI) 해체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정보기관이 무바라크 정권 시절에 자행된 갖가지 인권침해 사례를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없애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으로, 시위대는 비밀시설 확인과 서류 소각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수만 10만명에 달하는 국가안보국은 광대한 정보원망을 운용하면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 고문 등 각종 인권침해에 폭넓게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시위가 격화되자 군 병력은 공포탄과 전기충격기를 동원해 해산에 나섰으며, 특히 신원을 알 수 없는 민간인 복장의 괴한들이 나타나 칼을 휘두르고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에 참가한 모하메드 파흐미는 "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공중에 총을 발사했다"면서 "도망가려는데 반대편에서 200여명의 괴한들이 나타나서 흉기를 휘두르는 바람에 15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시위대는 지금 몹시 화가 나서 타흐리르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임명된 에삼 샤라프 총리는 내무장관과 외무, 법무장관 등을 교체하는 등 일부 개각을 통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샤라프 총리는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내무부의 신임 장관으로 만수르 엘-에사위 전 카이로 치안국장을 지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1일 입각한 마흐무드 와그디 내무장관은 한 달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또 유엔 대사 등을 역임했던 나빌 알-아라비 전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이 신임 외무장관에 지명됐으며,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법무장관도 교체됐다.
이날 개각에 대해 청년연합 회원으로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나세르 압델-하미드는 "새 내각의 진용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측근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취임 후 첫 해외출장으로 이날 이집트를 방문한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집트의 민주화 요구를 지지한다며 재건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쥐페 장관은 이날 카이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이집트 혁명은 정말 가슴 뭉클하다"면서 "프랑스는 이집트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건설되는 것을 간절하게 열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프랑스 정부가 관광, 중소기업 등의 분야에서 이집트를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쥐페 장관은 이번 이집트 방문기간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이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의 후세인 탄타위 위원장에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을 비롯해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등과도 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