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수입하는 10대 주요 원자재 중 5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수입 원자재 물가는 생산과정 투입 및 가공, 판매를 거쳐 이달부터 시중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지난달 4.5%를 기록한 소비자물가가 더욱 뛰어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1~19일) 수입된 10대 원자재 중 구리, 알루미늄, 니켈, 밀, 원당 등 5개 품목의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이는 구리는 지난해 10월 t당 8천달러를 뛰어넘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9천달러까지 훌쩍 넘어 t당 9천317달러를 기록했다. 알루미늄도 t당 2천58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니켈 수입가격도 t당 2만6천538달러로 일년 전보다 40% 넘게 뛰어올랐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은 지난해 12월 t당 500달러 돌파에 이어 두달만에 t당 600달러를 넘어섰다. 2월 수입가격인 t당 677달러는 지난해 10월(436달러)에 비하면 무려 55% 뛴 가격이다.
지난해 11월 t당 300달러를 넘어섰던 밀도 지난달 380달러까지 올라 t당 4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나머지 5대 원자재도 거의 사상 최고가에 근접하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광석은 지난달 가격이 t당 154달러로 지난해 10월의 사상 최고가(159달러)에 거의 육박했다. 고철은 올해 1월 t당 60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가 지난달 t당 567달러로 다소 낮아졌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2008년 중순에는 못 미치지만, 원유 가격도 이미 배럴당 95달러까지 올라섰다.
더구나 2월 말 수입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가스도 마찬가지 오름세다.
식용은 물론 가축 사료로 많이 쓰이는 옥수수도 t당 277달러로 300달러에 육박해 구제역에 시달리는 축산 농가의 시름을 더욱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도 옥수수 가격 급등으로 육류 가격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원자재 수입가격의 급등이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쉽게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의 급증, 지구촌 이상기후, 신흥시장의 수요 급증, 중동 사태의 악화 등을 원자재 가격의 급등 배경으로 꼽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나 원자재 시장에 투기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설, 한파 등은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수확량을 급감시켜 '곡물 파동''으로 불리는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신흥국가는 급속한 산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원자재 수입을 크게 늘려 '자원 블랙홀''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비아 등 중동 사태의 악화는 원유 가격의 급등마저 불러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에 수입된 원자재가 생산에 투입돼 제품으로 판매되는 3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의 4.5%마저 뛰어넘는 고공행진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상반기에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좀처럼 떨어질 가능성이 낮아 소비자물가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투기수요 진정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