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재테크 ''혼돈''시대…돌파구로 ''시겔형 투자기법'' 왜 부각되나?

입력 2011-02-28 11:39
요즘 재테크의 ‘카오스(chaos, 혼돈)’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물가와 금리인상까지 겹쳐 재테크 생활자들이 3중고를 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현 시점에서 당장 확실하게 수익을 내주는 재테크 수단이 별로 없오 보인다. 그동안 재테크 시장을 주도했던 주식관련 상품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정체상태다. 은행의 예·적금은 물가수준을 감안한다면 마이너스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테크 앞날은 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나라 밖으로 선진국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신흥국은 인플레이션 등 위기 3년차에 찾아오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나라 안으로는 북한의 정권교체 불안정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과 저축은행 뱅크 런(대량 예금인출) 등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 악재가 겹친 속에 예측기관들이 내놓은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전망은 오히려 이전보다 상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긴급 수정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당초 4.2%에서 4.4%로 상향됐다. 공식적인 수정 전망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5%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확실하게 수익을 내주는 재테크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재테크 생활자들을 더 혼돈에 빠지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우리 경제의 앞날이 밝게 전망된다면 주식,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점차 불거지는 나라 안팎의 악재와 앞으로 예상되는 불투명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채권, 달러,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환율, 금리, 주가와 같은 재테크 3대 변수가 하루가 다르게 그것도 비교적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터져 나온 악재가 부각되는 날에는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다가, 이 요인이 누그러지면서 우리 경제의 밝은 기초여건이 부각되면 곧바로 주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으로 돌변한다.

재테크 시장이 ‘카오스’ 시대에 접어들면 실망하고 갈피를 못 잡는 시중자금은 쏠림현상이 나타나거나 단기 부동화된다. 최근 이뤄지는 기업공모와 같은 조금만 유망한 기회가 있다면 엄청난 자금이 몰리거나, 수신금리가 조금만 오르더라도 시중은행의 예적금이 늘어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언제쯤 풀린 것인가. 빠르면 이달안에 윤곽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위기 극복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유동성 위기에 이어 시스템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 만큼 7∼8부 능선에 도달한 금융위기가 완전히 극복될 때까지는 최근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위기가 극복되면 될수록 정책면에서는 재테크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도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가 극복되면 비상대책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출구전략과 함께 위기재발 방지를 위해 그동안 마련해온 각종 금융개혁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점차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출구전략도 각국의 경제여건이 맞게 추진된다면 재테크 환경이 지금보다 더 급변할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인포 데믹’ 혹은 ‘리스크 데믹’ 현상이다. 주변에서 수시로 나오는 정보나 그때그때 발생하는 리스크에 흔들리다 보면 ‘카오스’ 국면에 더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내를 요구하는 시기인 만큼 자신만의 확실한 재테크 목표와 기준을 갖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다 보면 의외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개별 주식투자는 그때그때 부각되는 재료에 따른 성골주식이나 인기주에 갈아타기보다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주식을 매입해 오래 보유하는 것이 노후대비 등과 같은 재테크 목적에는 더 부합되는 투자기법이다. 성골주식과 인기주에 영합하다 보면 얘는 쓰지만 나중에 정작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제라미 시겔이 주장하는 ‘성장의 함정(growth trap)’이다.

유망종목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여건에 따라 가변성이 많은 재무지표보다 중장기성을 띠는 트렌드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위기 후 월가에서는 ⧍시장지배력을 겨냥한 선제적 공격경영 ⧍떠오르는 신보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토착화 전략 ⧍신수종 사업개발 ⧍외부자원을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전략적 인수합병 ⧍고객감동을 주는 주력제품의 서비스화 ⧍모바일 융합을 통한 신사업 모델 개발 ⧍저탄소 제품 개발과 친환경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의 주식을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

또 재테크 ‘카오스’ 시대에 있어서는 애써서 힘든 수익을 내기보다는 비용을 줄여 수익을 내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테크 변수가 최근처럼 변동폭이 확대되는 시기에서는 매월 일정금액을 넣는 적립식 펀드와 같은 상품일수록 ‘평균매입 단기인하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확실한 투자처가 안보이면 그 돌파구를 나라밖에서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앞으로 차별화된 출구전략이 추진된다면 각국 간 금리차가 지금보다 축소되거나 더 벌어질 수 있다. 금리차가 벌어지는 국가는 국채를, 금리차가 좁아지는 국가는 주식을 사두면 각각 환차익과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