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채권단과 현대건설 인수 가격 협상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실사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의 부실이 발견됐다며 인수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추가 부실에도 가격 조정은 입찰대금에서 최대 3%까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은 지난 주말까지 현대건설에 대한 실사작업을 끝내고 채권단에 인수대금 조정 신청서를 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 대금 조정 신청서에서 실사 결과 추가 부실이 발견됐다며 인수대금을 3%가량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서울 중구 계동 본사에서 회계보고서와 수주 계약서 등을 조사한 결과 8천억 원 수준의 우발채무(장래에 발생할 채무)와 부실채권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부적으로 채권단과 가격협상에서 추가 부실 규모인 8천억 원가량을 인수 가격 할인에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측은 최소한 채권단이 현대건설 매각 지분이 35% 수준인 만큼 최대 3천억원의 가격을 깎아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그러나 현대차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 상에서는 실사 후 인수대금 조정을 입찰금액의 3% 이내로 제한한 만큼 이 범위를 넘어서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즉 MOU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는 추가 조정되더라도 입찰금액 5조1천억 원의 3%인 1천530억 원만 깎은 4조9천470억 원까지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가격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실사 결과에서 발견된 추가 부실 여부를 심사해 부실이 인정되는 부분을 가격 할인에 반영하겠다"며 "다만 추가 부실이 가격 조정의 최대 수준인 3%를 초과하더라도 가격 인하는 3%까지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가격 조정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수 있고 매각 가격이 크게 낮아질 우려가 있어 미리 MOU 상에 가격 조정 범위를 3% 이내로 제한했다"며 "추가 부실 규모와 상관없이 가격 조정범위는 최대 3%를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부터 현대차그룹과 가격 협상에 착수해 25일까지 최종 인수대금을 합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협상이 지연되면 최대 3영업일을 더해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가격협상이 순조롭게 끝나면 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내에 주주협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현대차그룹과 최종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추가 가격 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지연되면 본계약 체결 시기도 내달 중으로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정해놓은 시한 내에 협상을 끝내는 것이 목표"라며 "다만 이견 등이 발생하면 협상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가격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현대건설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의 기업들을 동원해 현대건설 인수 대금을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