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일(13일)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세난이 새해 첫 주에도 심상치 않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대책을 발표하기도전에 시장에서는 그리고 정부 내부에서 조차 대책이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발표 내용도 획기적인 것을 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창수 차관은 물론이고 박상우 주택토지실장과 이원재 주택정책관 등 주요 국토부 주택정책라인 인사들이 이미 전세난에는 별다는 대책이 없다고 줄곧 말해왔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맞는 말이다. 전세난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계속 눌러앉겠다고 하고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는데 정부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시장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집값이 안정되자 또는 집값이 잡히자, 전세값이 뛰는 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동원해 집값을 잡다보니, 실제로 집값이 안정됐고 집값이 안정되다 못해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자 주택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계속 전세에 머물러 전세수요 급증으로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서민고통을 줄이고자 집값을 잡았는데 더 가난한 서민이 전세난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모두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다.
원인은 집을 사야할 사람들이 또 살만한 사람들이 집을 사도록 또는 쉽게 마음편히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적체되는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려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매매시장의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이것 역시 시장 심리의 문제이다.
최근 정부와 국민은행을 포함해 각종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집값 및 전세값 동향 조사를 보면 전세가 급등속에 집값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여기에 토지주택연구원은 올해 집값이 완만한 상승을 하고 국지적으로는 많이 오르는 곳도 있다는 한걸음 더 나아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매매시장 활성화가 예상되는 내용이다.
나라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적절한 집값상승은 너무도 건강한 경제현상이고 당연한 일이다. 특히 지금처럼 전월세난으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고 실직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정경제 주름살이 늘어나는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자연스런 경제환경과 부동산시장의 순환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제는 ‘집값안정’이라는 신앙과 같은 대전제를 국토부 정책의 1순위로 놓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본다.
부유층의 고가주택 시장과 중산층의 내집마련 시장, 그리고 서민들의 전월세시장을 세분화해서 보고 각기 영향을 미치는 구조환경을 분석한뒤 이에 맞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원인을 알고 있는데 원인 해결과는 관계없는 해법을 제시하면 그건 해법이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 공기업인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의 당초 보고서 내용에서 ‘매매시장 활성화 연구 내용’을 빼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나친 시장 활성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을 걱정한 나머지 그 내용은 빼고 공개했다는 전언이다.
이해는 되지만 안스러운 생각까지 드는 대목이다.
이제 정부도 집값안정의 노이로제에서 나와 보다 자신감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때가 됐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과 물가상승 수준 정도에서 부동산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는 평균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은 생각보다 많이 오르는 곳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인을 알지만 원인에 맞는 약을 바로 쓰기에는 자신감이 없어 그냥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리는 정부의 심정.
집값과 전월세값 양쪽에서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부의 내일(13일) 대책 발표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by 유은길 기자 twitter.com/silver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