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상품인 랩어카운트의 급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증시 상승세에 편승한 수익률 올리기라지만 하락장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증권사들의 전체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가 36조124억원으로 집계됐다.
2001년 도입돼 2005년부터 확산된 랩어카운트는 2009년 말 20조원을 넘어 같은해 8월 말에는 32조2천968억원으로 증가한 뒤 석달만에 4조원가량이 더 불었다.
특히 투자자문사가 추천하는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자문형 랩 상품은 시판 초기인 2009년 3월 284억원에서 지난해 8월 말 2조8천356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11월 말에는 4조131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랩어카운트의 급성장세를 '과열''로 보고 지난해 9월 안정화 대책까지 내놨으나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급증세가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면서 계속된 펀드 환매로 이탈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랩 상품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국내외 주식펀드에서 28조원 넘게 빠졌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주식시장 조정시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에도 미리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랩어카운트가 펀드에 비해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좋긴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급락장에서 기민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송홍선 연구위원은 "현재 랩 상품 대부분은 다양한 운용방식을 구사하기보다 일부 우량 종목을 집중 매수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움직이면 위험을 피할 수 있겠지만 다소 늦으면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몸집이 커져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미리 움직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