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 IFRS 본격 도입...110조 사모펀드 법인자금 꿈틀

입력 2011-01-05 10:56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본격 도입됨에 따라 사모펀드로 운용돼 온 110조원이 넘는 법인자금이 공모펀드나 랩상품으로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년부터 IFRS 시행에 따라 특수목적기업(펀드)으로 분류되는 펀드의 연결재무재표 작성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상장법인과 금융기관이 펀드를 통해 자금을 굴리는 경우, 지분율이 50% 이상이면 종속법인으로 간주해 분기별로 주식이나 채권 보유 내역을 종목별로 공시를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게 된다.

현재 상장법인과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단독수익자로 한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법인은 보유 내역을 일일이 공시하는 것을 피하고자 사모펀드를 통해 운용하던 자금을 공모펀드로 옮기거나 일임형 랩어카운트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를 통해 관리하는 자금 내역을 일일이 공시해야 하면 상장법인이나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업무가 과중되는 만큼 사모펀드를 통해 운용하던 자금을 공모펀드나 랩으로 전환하거나, 지분율이 50% 아래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다른 기관과 함께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320조원에 달하는 국내 펀드자산 중 사모펀드 자산은 120조원 가량 이며, 이중 개인 비중(작년 11월 말 현재 6.9%)을 제외한 일반법인ㆍ금융기관 자금은 110조원이 넘는다.

이미 운용자산이 30조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은 사모펀드에 굴리던 자금을 공모펀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동양생명과 삼성화재 등도 비슷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대부분 금융기관들은 본인을 단독수익자로 하는 사모펀드로 주식, 채권 등에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재무제표에 수익증권 하나로 표시하던 것을 IFRS 도입으로 주식과 채권별로 내용물 하나하나를 다 분류해 재무제표에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처리가 많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를 대체할 공모펀드를 찾든지 근본적으로 인프라를 크게 바꾸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신영증권 오광영 펀드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는 통상 운용보수가 적었는데, 법인 및 기관들이 공모펀드로 전환한다면 운용사로서는 운용보수를 2~4배 올려받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형 공모펀드나 성과가 좋은 펀드에 법인·기관의 큰 자금이 쏠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효과로 중소형 운용사가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