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다시 ''원점''.. 새 틀 짠다

입력 2010-12-18 08:22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민영화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매각 방안을 마련키로 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리금융이 출범한 2001년 4월부터 민영화는 정부의 과제였지만 10년 묵은 숙제를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자위는 현재 시장 상황이 입찰의 조건인 유효경쟁을 성립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의 중단을 결정했다.

유효경쟁이란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의 절반인 28.5%를 사겠다는 투자자가 2명 이상 나타나야 한다는 조건이다.

민상기 공자위 공동위원장은 "잠재 입찰 참가자들을 점검한 결과 현재 시장 여건상 유효경쟁을 통한 지배지분의 매각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지난 13일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제외해도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한 8곳의 투자자들이 남아 있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기준인 지분 28.5% 이상을 살 만한 곳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들 8곳은 경영권 인수보다는 재무적 투자에 관심이 있고, 그나마도 우리금융 컨소시엄에 참여해 일정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법적으로 금융지주사 인수 요건이 엄격하게 제한된 사모펀드(PEF) 위주의 투자자라는 점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장인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현재 국내 2곳, 해외 2곳 등 4곳의 PEF가 있는데 PEF는 법적 제약이 많고, 특정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할 자금을 모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우리금융 인수에 눈독을 들였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우리금융 컨소시엄과 하나금융을 양대 축으로 한 인수전을 염두에 뒀지만 하나금융이 전격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입찰의 요건인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동안 제기됐다.

정부는 새 민영화 방안을 짤 때 지난 7월 발표했던 조건을 상당히 완화할 방침이다.

당시 내놓은 조건을 충족하는 투자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만큼 좀 더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블록세일(소수 지분 매각), 새로운 형태의 M&A 방식, 수의계약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입찰을 포기했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다시 인수전에 참여하고, 일찌감치 우리금융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KB금융지주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민영화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7월에 마련한 민영화 방안이 현행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투자자를 최대한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어서 정부가 새롭게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다고 분석한다.

블록세일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수의계약 역시 법적 제약이 심한데다 자칫하면 특혜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쉽사리 선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