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은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12일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키로 하고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한 점에 주목하면서도 몇몇 현안에선 과감한 해법이 도출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외신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모호한 합의가 나왔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반면 일부는 첨예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상들이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공동의 인식을 갖게 된 점에 무게를 뒀다.
AFP 통신은 이날 G20 정상들이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추진했던 보다 과감한 대책에는 훨씬 못 미친다며 이는 중국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경상수지 흑자 및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의 4% 이내로 제한한다는 미국의 제안이 선언문에 빠지는 바람에 금융시장에서 ''무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통신은 G20 정상들이 경쟁적인 평가절하 자제에 합의하는 데 그친 ''희석된'' 선언문을 발표했다며 특히 중국의 통화정책을 가리키는 ''경쟁적 저평가''라는 표현이 선언문 초안에는 등장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AP는 미국이 최근 단행한 양적 완화 조치로 입지가 약화됐다며 환율 문제에 관해 미국이 제시한 대책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이 약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예시적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논의를 추후 회의로 넘겨 뒤로 미뤘다는 비난을 사게 될 것이라면서 위안화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은 통제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dpa통신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G20 정상회의 의장 이명박 대통령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선언문은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세부 내용을 추후 회의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은 폐막 직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평가를 인용해 "G20이 세계 경제 불균형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공동으로 인식한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이 느리지만 내수를 증대시키고 세계 경제를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BBC는 또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인 중국과 독일의 반대로 인해 미국이 제안했던 흑자 및 적자 규모를 GDP의 4% 이내로 제한하는 합의는 무산됐지만 이는 하룻밤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도 덧붙였다.
이 방송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의 다른 G20 정상 회의 때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인터넷판에서, 정상들이 실질적인 현안에 대한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환율과 무역 불균형에 관한 입장 차이를 내년도로 시한을 정해 풀어나가려고 노력하자는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조율하는데 실패했으나 미국, 영국, 캐나다측이 G20이 후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문구를 집어 넣기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인터넷판에서, G20 정상들이 경제정책에 관한 광범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합의했다며 이는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려는 미국의 입장과 이에 반발하는 중국과 독일 등의 입장 사이의 절충안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미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결과는 세계경제 불균형 문제에 환율뿐만 아니라 재정, 통화, 금융 부문의 정책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중국의 부상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미국 CBS 방송은 G20 정상들이 각국이 통화 저평가에 나서지 못하도록 촉구하지는 못했다며 세계 무역전쟁의 위기감을 높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P 통신 등 미국 언론매체들은은 또 미국으로선 이번 회담에서 얻은 것이 없다면서 오바마의 패배로 규정지으며 미국의 지도력 약화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