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G20재무장관 회의가 환율, 주가, 금리에 미칠 영향

입력 2010-10-25 11:07
경주 G20재무장관 회의 합의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내용은 경상수지목표제와 국제통화기금의 쿼터조정이다.



보다 구속력 있게 격을 높이는 과제와 얼마나 잘 지켜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았지만, 이번 합의로 그간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불안했던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올 8월 이후 양적완화정책으로 과도하게 떨어졌던 달러 가치가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다.

국내 외환시장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에서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적지만 환율전쟁 속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됐던 원엔 등 이종통화 환율은 하락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외국인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환율방어 차원에서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우려로 유입규모가 축소됐던 데다가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해 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국제위상이 한 단계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의 추가적인 유입도 기대된다.



통화정책은 운용면에서 주권을 찾을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상수지 목표제와 IMF의 쿼터조정은 통화정책 운용이 자국의 여건과 관계없이 다른 국가로부터 발생한 뜻하지 않은 영향을 차단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보다 우리 여건에 맞게 변경하고 이에 따라 시중금리도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이번 합의가 다음달에 있을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돼 각국이 이행에 들어가면 경상수지흑자나 적자규모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국민소득(GDP)의 4% 이내로 축소된다.

이 경우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에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과 이에 따른 환율분쟁, 통상마찰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중국처럼 경상수지 과다흑자국은 경기와 통화가치, 금리와 주가 등 자산가격이 높거나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경상수지 과다적자국은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져 투자수익면에서 이들 두 국가 간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 것이 관례다.

최근처럼 각국간 금리차와 환차익을 중시해 자금이동이 심해지는 여건에서는 각종 자금이 경상수지 과다적자국에서 과다흑자국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특히 실물경제에 비해 과다하게 유동성이 풀리고, 온라인 발전 등으로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자금이동 여건에서는 자본유출입이 심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중국과 같은 경상수지흑자국은 과다한 글로벌 자금유입으로 거시경제정책 운용이 제한되고 자산부문의 거품이 심하게 발생돼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미국처럼 경상수지 과다적자국이라 하더라도 안전통화와 자산인 달러와 국채의 자본유입 효과에 따라 완충시켜주는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 적자국들은 과다한 자본유출로 거시경제정책 운용상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자산가격 폭락으로 실물경기가 극심한 침체국면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이미 정형화된 사실이다.

앞으로 각국이 이번 합의사항을 이행해 나간다면 과다한 경상수지 흑자국과 과다한 적자간의 통화가치와 금리차가 줄어들어 이들 국가 간에 극심한 자본유출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각국의 자본도 본국으로 회귀시켜 금융이 실물에 보다 충실해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번 회담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상수지목표제를 ‘볼커 룰(Volker‘s rule)’의 연장선상으로 보면서 주최국인 한국과 함께 미국이 최대승자라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잡한 파생상품 기법과 과다한 레버리지 투자를 강력하게 규제해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이 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미 적용된 볼커 룰과 함께 앞으로 경상수지목표제가 실시될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시장구성원과 금융상품, 금융산업 구조, 금융감독 영역 등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1차 투자자인 개인들이 보호되고 예적금, 펀드, 보험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일수록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산업 구조도 시중은행과 투자은행, 금융지주회사 등이 균형적이 발전되고 감독권한도 중앙은행이나 제3 기관에 일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많은 변화가 몰고 올 것으로 보이는 것이 IMF 의결권인 쿼터 재조정이다.

이번 합의대로 신흥국의 쿼터가 확대돼 의결권이 강화될 경우 위기 이후 새로운 준거의 틀을 만드는 국제규범은 신흥국들의 국익이 보다 반영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전 G7이 주도했던 국제규범과 크게 달라 벌써부터 앞으로 전개되는 세계경제질서는 종전의 글로벌스탠더드와 구별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다음달에 열릴 G20 서울정상회담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