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의 ''더블 딥(경기회복 후 둔화현상)'' 논란이 가열되면서 2차 위기가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차 위기는 ''유동성 위기→시스템 위기→실물경기 회복''순으로 진행되는 ''위기극복 3단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위기극복이 빠르더라도 어느 순간에 정체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3년 주기설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2차 위기가 닥칠 경우 그 파장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클 것인지가 화두다.
이를 알아보려면 미국 금융사들의 현금흐름, 거래형태, 글로벌 투자비중, 감독정도 등을 1차 위기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보유현금이 적을수록, 레버리지 비율과 글로벌 투자비중이 높을수록, 감독이 소홀할수록 위기강도와 역외국에 미치는 파장이 크게 나타난다.
한국 등 역외국에 미치는 파장을 알아보려면, 투자주체인 금융사들이 위기로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을 당하면 이를 응하기 위한 디레버리지(자금회수) 대상으로 어느 국가를 선택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금융사가 마진 콜을 당하게 되면, 자금지원이 없을 시 보유자산을 처분해 응해야 한다. 전제는 보유자산을 적게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의 시장 상황을 보자.
모기지 사태 직후 1차 위기 시 미국에서는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어 대규모 초과공급이 발생했다.
이 시장에 금융사가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그 과정에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더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 중국과 같은 경기 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사들이 이 국가를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 이들 국가들은 외국자금의 갑작스런 유출(sudden stop)로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게 된다.
특히 1차 위기의 주역인 미국의 투자은행은 고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투자가 선진국보다 이머징 마켓에 집중됐다.또 고도의 파생기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감독기관은 쫓아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1차 위기 때에는 그 강도가 컸고 파장도 위기 당사국인 미국보다 역외국에 집중되는 ''나비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더블 딥에 빠져 2차 위기가 온다 하더라도 지난 3년간 미국 금융사들은 고위험자산과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면서 레버리비 비율과 글로벌 투자비중이 낮아졌다.
금융사들의 일거수일투족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독 하에 놓여 왔다.
앞으로 2차 위기가 발생하면 그 강도는 1차 위기 때보다 적고 파장도 역외국보다 미국 내로 수렴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제 더블 딥과 2차 위기 가능성이 제기된 후 미국 증시가 한국 등 역외국 증시보다 더 흔들리고 곧바로 미국경제의 ‘잃어버린 10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더블 딥 우려로 미국 국민들이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반응하지 않는 좀비 국면으로 변할 가능성이다.
경제주체들이 살아있어도 죽은 시체와 같은 좀비 국면에 놓이면 경기회복과 시스템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어떤 정책도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정책당국은 정책함정, 유동성 함정, 구조조정 함정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제주체들은 미래가 더 불투명하게 느끼는 불확실성 함정에 빠지면서 빚만 늘어나는 또 다른 빚의 함정에 놓이게 된다.
이른바 5대 함정 논란으로 이 상황에 처하면 미국경제 회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 나라 경제가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 닥치면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곳은 그 나라 국민들의 ''긍정의 힘''이다.
최근 더블 딥과 2차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곧바로 2차 부양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위기극복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 닥쳐서도 미국 국민들이 계속해서 좀비 국면에 머문다면 미국경제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이 위기 때일수록 발휘되는 혁신DNA와 위기극복에 적극 동참한다면 ''긍정의 힘''은 의외로 큰 효과를 발휘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경제는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의 힘''은 미국 국민들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경제 더블 딥 우려와 함께 곧바로 가능성이 낮은 국내증시 붕괴론을 거론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와 투자자를 가장 어렵게 한다.
오히려 이번에는 한국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