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이후 주식 투자의 최대 변수는?

입력 2010-07-26 08:54
올 들어 세계 경제를 짓눌려 왔던 G3 리스크(중국의 긴축불안, 미국의 대형은행 규제안,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6월 중순을 고비로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기준율 인상을 계기로 불거졌던 긴축 우려는 앞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 3월 중순에 끝났던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중국은 급격한 출구 전략보다 종전의 성장정책을 지속해 나갈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전인대 이후 추진될 긴축정책은 성장을 유지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만 치유해 나가는 미세조정(fine tunning)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형은행 규제안도 확정됐다. 금융개혁법안이 나올 당시만 하더라도 포퓰리스트(오바마 행정부)와 로얄리스크(월가 금융사)간의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울 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으나 최종 조율된 단일법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 수위가 낮은 수준에서 확정됐다.

국내 투자자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유럽발 재정 위기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최대 관심이 됐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온 데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 중심국들이 중심이 돼 최소한 유럽 통합과 유로화를 유지한다는 확고한 방침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안정을 찾고 있다.

G3 리스크 이외의 앞으로 예상되는 주요 리스크는 세계 경기의 더블 딥과 주가 상승세를 꺾어 놓을 만한 고위험은 적은 데다 그것도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비 차원에서는 모르더라도 이제부터는 각종 리스크를 너무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세계 경제… G리스크 국면에서 벗어나자 환율이 복병으로 등장



세계 경제가 각종 리스크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즉각 ''환율 움직임''이 최대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휴가철 이후 최대 세계경제 현안인 위안화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09년에도 오바마 정부는 위안화 절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당면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간 협조가 절실하다고 보고 중국을 두 차례에 걸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 선택은 금융위기와 세계경기를 이 정도까지 개선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달랐다. 연초부터 미국이 대도국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뜻을 여러 차례 비춰왔다. 외형상 ''무역불균형 해소''라는 명목이 크지만 불과 1년만에 ''슈퍼맨''에서 ''클라크''라 불릴 만큼 낮아진 국민들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 방안이 가장 설득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불가론''을 고집해 왔다. 그런 만큼 양대국이 위안화 절상이나 이에 상응하는 대안을 찾지 못해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슈퍼 301조''를 부활시켜 전방위 통상압력을 가하는 수순이 예상됐다. 이 경우 세계경제가 보호주의 물결이 휩싸이면서 어렵게 찾은 회복세가 다시 꺾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재둔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다행히 지난 4월 초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왕치산 중국 부총리간 긴급회동 이후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평가절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양국간의 극단적인 마찰은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다. 뒤늦게 발표된 미국의 개도국 환율보고서에도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언제 어떻게 얼마나 절상되는냐에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법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없다. 2008년 7월 이후 달러당 6.8위안 선에서 고정돼 있는 것은 금융위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운용상 문제로, 중국 외환당국이 개입만 하지 않으면 현재 중국내 외화수급 여건으로 볼 때 자연스럽게 절상된다. 제도상을 하루 변동폭을 확대하는 조치까지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중국의 태도로 볼 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최대관심사인 위안화 절상폭은 환율구조모형 등으로 파악되는 적정선인 25% 절상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빅 스텝''보다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베이비 스텝''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예측기관과 금융사들은 올해안에 위안화 가치가 최대 3∼5% 절상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위안화 절상이 본격화될 경우 원화 가치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자승법 등으로 위안화와 원화간의 동조화 계수를 구하면 0.57로 추정된다. 이 계수는 위안화 가치가 1% 절상되면 원화 가치는 0.57%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국 통화에 비해서도 원화 가치가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우리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충격이 가장 먼저 우려된다. 하지만 통계기법상 요인분석을 통해 우리 수출의 가격(환율)효과와 소득(세계경기)효과로 나눈다면 후자가 약 70%를 좌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경기 회복만 계속된다면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오르더라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수출구조다.

오히려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제품간의 수출경합지수(ESI)가 가장 높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제품의 경쟁력 개선효과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대중국 직접수출은 위안화 절상시 예상되는 중국 수출과 경기둔화에 따른 감소요인을 내수확대에 따른 확대요인으로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것으로 나온다.

더욱이 국내 증시입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오를 경우 외국인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간 자금흐름의 이론적 토대인 피셔의 이론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오르면 외국인들에게는 그만큼 환차익이 추가적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특정사건이 발생할 때 국내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곧바로 유출되는 이른바 ''서든 스톱''의 소지를 줄이는 효과도 크다.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어떻게 완화시켜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비의 전시효과로 외국기업들에게 높아지는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현지금융 금리상승, 토지사용권 환수움직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한국 기업들에게 위안화 절상까지 겹칠 경우 4중고를 당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계상황에 달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내에서 서비스쪽으로 업종전환을 하거나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에디오피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이른바 ‘화전민(火田民)식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국제 미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한국 경제와 증시는 위안화 절상시대를 맞게 된다. 각 분야에 걸쳐 예상되는 절상효과를 잘 따져서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증시 입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만을 너무 부각시키는 ''인포 데믹스'' 현상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