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증권사 CEO에게 듣는다] ④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입력 2010-07-09 10:12


국내 증권사들이 2분기 경영에 들어갔다.

상당수 증권사의 CEO들이 재선임됐는데, 금융위기 이후 활기를 되찾는가 싶던 금융시장이 또다시 대내외 악재에 출렁이자 CEO들은 경영전략을 다잡으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경제TV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증권사 CEO들의 경영전략과 계획을 들어보기로 했다.

"투자의 길 선도.. 종합자산관리 역량 강화"

"투자상품 이분법적으로 비교하지 말아야..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

-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Q.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내세운 전략이 있다면 ''브로커리지 위주 수익구조 탈피''와 ''IB역량 강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브로커리지는 증권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데다 IB업무의 경우 선진국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뒤처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쪽에 비중을 두고 계신지요?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는데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2009 회계연도 기준 국내 상위 10개사 증권사 수익 중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약 71%에 달합니다.

이 수치만 봐도 브로커리지는 국내 증권사들이 버리기 힘든 수익원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하지만 저희 미래에셋증권은 설립이후 지금까지 브로커리지 위주의 사업모델을 지양하고, 고객 우선의 종합자산관리회사를 지향해 왔습니다.

저희는 지점에서 단기매매 중심의 오프라인 브로커리지 업무를 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 사용자 중심의 안정적인 온라인 브로커리지 시스템 구축을 고객들이 지점을 통하지 않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오프라인 브로커리지 수수료를 고객 눈높이에 맞추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직원들이 오로지 고객의 자산관리를 위해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또한 미래에셋은 뮤추얼펀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간접투자의 새 시대를 열었을 뿐 아니라 적립형3억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그 문화를 확대,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부동산펀드, 최초의 PEF 설립 제안 및 모집, 해외펀드, 구조화금융,ABS, ABCP, 그리고 퇴직연금사업에 이르기까지 종합자산관리를 위한 초석을 다지며 다양한 투자의 길을 고객에게 선도적으로 제시해왔습니다.

미래에셋은 이와 같은 노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쉼없이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사업 추진과 관련된 제도적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선진국들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본시장은 오히려 일정부분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위탁매매 이외의 영역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기대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지 않다 보니, 증권업계는 더욱 위탁매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자보호라고 하는 양보할 수 없는 기준 내에서도 창조적 비즈니스와 상품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장기 투자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필요하며, 자본시장의 안정과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위해서 해외 펀드에 대한 세제 정책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금융사업(IB) 영역에 한국의 금융투자회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넓혀주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대형 투자은행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Q.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전년 금융위기에 따른 기저효과, 증시 부활에 따른 수익 증가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습니다.

아직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많이 남아있고, 일각에선 당분간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1분기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앞으로는 어떤 전략으로 경영을 해 나가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A. 미래에셋증권의 2009사업연도 영업수익은 1조 8천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천68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천682억원으로 33% 증가한 내실 있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오프라인 브로커리지 사업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실적 개선이 기저효과나 증시 부활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기 보다는 업무 효율화와 비용 절감 노력에 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황에 의존하지 않는 매우 건전한 성장 방식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은 언제나 일관된 전략을 추구해 왔으며 단기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크게 세 가지 중점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첫째가 업계를 선도하는 종합자산관리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VIP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것이며, 두 번째가 퇴직연금사업을 본 궤도에 정착시키는 것이고, 마지막 세 번째가 해외 비즈니스에 집중하여 성공 기반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중점 사업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머징마켓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상품과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이 중에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별해 펀드, 신탁, 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구조를 통해 안전성과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장기투자, 분산투자, 퇴직연금과 같은 자산관리컨설팅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성공적 자산운용과 평안한 노후 생활 영위에 기여하자는 미래에셋증권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Q. 올해 주가지수에 대해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증시가 대내외 악재에서 벗어나 견고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의견들이 많습니다.

향후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A. 장기적 전략을 실천하는 미래에셋은 단기적인 시황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유럽 재정 위기 등 여러 악재를 반영하고도 현재의 벨류에이션이나 견조한 주가 흐름이 유지되는 것을 고려할 때 향후 시장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됩니다.

과거 10년 간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 투자를 했던 미국계 투자자금 (일반적으로 가장 장기성 투자자금으로 간주됨)의 경우, 2009년 이후 14조원을 순매수했는데 그 중 8조원이 1700이후 구간에서 유입된 것입니다.

과거대비 레벨업된 한국 제조기업들의 점유율(경쟁력)을 감안할 때, 전세계 실질금리가 0%에 가까운 상태에서 PER 9배, PBR 1.2배 내외 주가수준은 향후 상승여력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최근 들어 천안함이다, 유럽 재정우려다 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우리 금융시장이 대외이슈나 외국인의 매매동향, 외환 수급 등 외부 변동성에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요? 어떤 방안이 이같은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을까요?



A. 자본시장의 개방 정도가 높을 수록 외부 변동성에 취약한 면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률적인 규제 등으로 이를 제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 예를 들면 실질실효환율,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등 금융시장의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불균형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가령 2006~2007년에 선물환 매도 수요에 따라 원화가 이상 강세로 갔던 부분 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지도가 가능했다고 판단됩니다.

주식시장 변동성과 관련해서는 국내투자주체들의 투자 기간 장기화를 유도해 수급기반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국내 증시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지수가 1700선을 회복하면서 국내주식펀드 환매 행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권사 CEO로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금융위기라는 큰 사건을 겪은 직후인 만큼 향후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외국의 장기성 투자자금이 꾸준히 국내 증시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저금리 하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고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연간 100조에 달할 정도로 이익 수준도 한단계 높아졌습니다.

큰 틀에서는 경기의 회복 여지가 높은 만큼 시간, 지역을 분산해 투자하는 방식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유효한 투자 방식이 될 것입니다.

Q. 최근 증권사들의 SPAC 상장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SPAC들이 상장 이후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거나, 최근 증시 조정으로 상장을 미루는 곳도 있었는데요. 향후 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A. 초기 SPAC 시장의 경우, SPAC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과 SPAC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부족 등으로 인해 과도하게 상승했던 부분이 존재했습니다.

그에 따른 시장성이나 수요측면, 해당 증권사의 운영능력 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물량이 증가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증시 악재로 인하여 증시가 일부 조정받고 있는 측면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판단됩니다.

SPAC은 우량법인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회사로서 SPAC의 가치는 어떤 법인이 합병대상으로 선정되고 향후 합병법인의 사업방향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 최초로 상장된 저희 미래에셋SPAC 뿐 아니라 연초 시장에 상장된 선발SPAC들이 하반기 이후부터 합병법인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SPAC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직 연초 상장된 SPAC의 경우에도 이제 상장 후 3~4개월 가량 경과한 상황이고 3년이라는 합병기한을 고려할 때, SPAC 투자자는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Q. 요즘 들어 증권사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맞춤형 투자''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소수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고,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A. 랩어카운트로 자금이 몰리는 것에 대해 일부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투자자산이든 단기간 내에 관심이 집중된다면 리스크관리와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감독당국은 물론 사업자 스스로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만 시장에선 고객의 니즈가 항상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랩어카운트는 고객 스스로 실시간 운용 내역을 조회하고 운용역들과 교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상품과의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고객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 같습니다.

각사별 운용 실태를 모두 알지 못하기에 시장 전체를 대변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의 경우 엄격한 종목 선정과 적절한 현금자산 보유로 리스크를 관리해 변동성이 지나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집중 투자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중소형주가 아닌 대형주 중에서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군들 중심으로 리스크를 관리해나가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상품보다 좋다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판단과 비교보다는 다양한 투자대안들 중의 하나이자 보완재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Q. 요즘 들어 부쩍 증권사에 대한 취업 열기가 높아졌습니다.

올해 신입 모집에서도 대부분 증권사들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증권사에 대한 취업열기가 높아진 이유는 어디에있다고 보십니까?

A.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발전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젊은이들에게도 형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제조, 수출중심 산업구조가 금융서비스산업으로 확장 전이돼가고 있는 것이지요.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를 가진 대학생들에게 금융은 이제 도전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 됐습니다.

Analyst, Asset Manager, 상품운용Manager, IB 전문가, 퇴직연금 전문가 등 증권사가 전문가집단으로 인식된다는 점, 그리고 본인 성과와 노력에 따른 선진화된 보상시스템이 도전의욕을 가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셋에 입사하는 신입사원은 오랜기간 준비를 해 온 흔적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제와 금융에 대한 오랜 관심을 기본으로, 금융관련 전공 수업은 물론, 국내외 인턴쉽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본인의 비전을 아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구요.

열정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은 일을 아주 신바람 나게 합니다.

열정과 도전이야 말로 미래에셋 신입사원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덕목입니다.

Q. 추운 봄날이 가는가 싶더니 성큼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본인만의 더위사냥 비법이 있으신지요?

여름 휴가 계획은 세우셨나요?

A. 적절한 휴식과 충전은 앞으로 나아가는 활력소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또한 모처럼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제가 미래에셋증권 초대 CEO를 맡고 11번째 맞이하는 올해에도 따로 휴가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그 점이 가족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자본시장은 쉬었다 가는 법이 없기 때문에 고객의 자산을 책임지고 있는 회사의 CEO에게 ''휴가''는 친숙한 단어가 아닙니다.

이제 어느덧 자라서 이러한 아빠의 입장을 이해하고 오히려 가끔 응원을 보내주는 아이들과 안사람에게 고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열치열로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토막시간을 쪼개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직원들과 하께하는 독서토론 모임인 북미팅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주말 오후에 서점을 찾는 것이 작은 기쁨입니다.

◇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프로필 ◇

최 현 만 (崔鉉萬) 1961년 출생

< 학 력 >

*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26기) 수료

< 경 력 >

* 1989년 동원증권 입사

* 1996년 동원증권 서초지점장

*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 1999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이사

* 1999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

* 2005년 증권협회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 2007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 現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 겸임교수

* 現 금융투자협회 이사

* 現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