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소니 회장 만난다.. 재계 ''관심''

입력 2010-05-23 10:56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집무실로 쓰는 한남동 승지원에서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가질 예정인 만찬회동에 우리나라와 일본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국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총수끼리의 대면인 데다 3D TV의 세계시장 주도권 등을 놓고 양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소니는 라이벌 관계이지만삼성전자가 생산하는 LCD 패널의 최대 구매고객이 소니이기도 하다.

1990년대부터 반도체 등의 부품 구매분야에서 협력해온 삼성과 소니는 2004년 7월 충남 아산 탕정에 공장을 둔 합작법인으로 S-LCD를 출범시켜 LCD 패널을 함께 생산 중이고, 삼성이 생산하는 LCD 패널의 40%가량을 소니가 수입해 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두 회사의 관계는 ''적이자 동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이 회장이 승지원에서 해외 유수 기업의 총수와 만찬회동을 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복잡미묘한 시점에 갖는 회동이라서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니 측에서 TV와 반도체 등의 부품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요시오카 히로시 부사장이 두 총수의 회동에 배석하는 점 때문에 소니가 삼성에 LCD, LED 패널 공급 확대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소니는 LCD, LED TV 시장에서 삼성에 주도권을 넘기면서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3D TV를 먼저 들고 나왔지만 이마저도 삼성에 밀리는 양상이다.

또 3D TV 양산에 필수적인 고품질 LCD 및 LED 패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TV 시장에서 일본업체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삼성전자에 LCD 패널 수요량의 대부분을 의존한다는 일본 내부의 비판여론이 일자 2008년 2월부터 오사카에 있는 샤프의 사카이 공장에 출자해 LCD 패널을 공동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다변화해왔다.

그러나 샤프와 합작투자한 공장의 LCD 패널 생산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인 데다 3D TV에 필요한 고품질 패널 생산이 애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로 인해 남아공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소니는 월드컵 개막 시점에 맞춰 3D TV 양산과 더불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준비해 왔지만, 핵심부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3D TV 제조기술은 우리 업체가 일본 업체에 한발 앞서 있지만 소니를위시한 일본 기업들은 콘텐츠와 표준화에 강점이 있다"며 "두 총수 간의 이번 회동에서 LCD 패널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3D TV 분야에서의 다양한 협력관계가 논의될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트링어 회장이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에 참석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함께 스마트TV 출시 계획을 공개한 점을 고려하면 이와 관련한 대화도 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