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악재, 이번 주초가 마지막 고비 "

입력 2010-05-09 23:41
그리스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유럽과 미국 증시가 지난 주말 급락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9일 그리스 재정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유럽 각국 정부와 유럽중앙은행의 노력의 진정성에 시장이 회의적으로 반응해 투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주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사태로 인한 세계 증시의 반응은 ''해결책은 명백한데 해결책을 시행하지 않으려는 데 대한 실망감''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가 자체적으로 만기 도래하는 국채를 상환할 수 없으므로 유로존 국가들이 자금을 지원하고, 유럽중앙은행이 필요하다면 문제가 되는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지원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 자금 지원에 주저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은 국채매입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실망과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 해법은 간단한데 일련의 처리과정에서 정치적 계산으로 지원이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유럽중앙은행이 유럽국가의 국채를 사준다거나 하는 시장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는다면 시장은 금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유럽 증시가 큰 폭으로 내린 점은 아직 이런 과정으로 가기까지 요원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신중론이 우세하다. 지난 주말 유럽증시의 급락은 남유럽 위기가 서유럽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각국 정부가 헤지펀드 규제와 같이 시장이 원하는 내용이 아닌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적어도 주초까지는 국내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리스 위기가 확산되더라도 2년 전 ''리먼 사태''와 같은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리먼 사태와는 부실 규모나 부실의 불확실성에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리먼 사태의 원인이었던 모기지채권 규모는 10조5천억달러, 서브프라임모기지는 1조5천억달러였는데, 현재 문제가 되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부채 규모는 각각 2300억달러, 2800억달러에 불과하다.

또 리먼 사태 당시주택담보대출이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채권(CDO)로 이어지면서 부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나 이번 그리스 사태는 문제의 시발점이 국채이기 때문에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적다는 것.

이상원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리먼 사태가 금융시스템이 파산할 정도의 리스크였다면 지금은 자금의 보수화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 정도"라며 "국내 금융시장은 PIGS 국가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어 펀더멘털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