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로존 위기는 5가지 구조적 모순때문"

입력 2010-05-07 06:26
한국은행은 그리스 사태와 같은 위기가 유럽 지역에서 앞으로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유럽 경제가 단일 화폐를 쓰는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면서 안게 된 5가지 모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진단했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7일 "EMU는 '괜찮은'' 국가와 '괜찮지 않은'' 국가가 무리하게 뒤섞인 탓에 역내 불균형(Imbalance)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며 "회원국 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유로지역에 역내 불균형이 발생한 것은 모든 회원국이 같은 환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회원국 사이에 '실력 차이''가 확연한 데도 공동 통화(유로화)를 사용하려고 같은 환율을 적용하다 보니 환율이 위기를 경고하는 '조기 경보'' 기능을 못 했다는 것이다.



물가 수준과 대외 경쟁력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을 따져 보면 산업 경쟁력이 낮은 회원국은 고평가돼 있고, 경쟁력이 높은 회원국은 저평가돼 있다.

그러면서 역내 교역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지는 구조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개국의 상품수지는 2008년 한 해 동안 독일을 상대로 400억 달러를 넘는 적자를 봤다. 역내 교역에서 본 적자는 총 800억 달러에 달했다.



실물과 금융 부문의 지나친 '자급 자족형'' 구조가 위기의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를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역내 상품 교역량이 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EMU 출범 당시 28%에서 10년 만에 33%로 높아졌다.



남유럽 4개국에 아일랜드를 포함한 'PIIGS''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전체 차입금의 48%에서 많게는 72%에 달한다.



같은 통화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제각각 운용하도록 한 것도 거시경제의 불안을 가속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유로지역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각 회원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결정하다 보니 금리와 재정이 엇박자를 내기 쉽다. 즉, 국내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ECB가 정책금리를 높이면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재정이 부실한 회원국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조세 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정치적 고려 ▲회원국이 부도에 직면했을 때 써야 할 비상 대책의 부재 등이 문제를 키웠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이 실장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은 대외 불균형이 심해도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며 "단일 환율 적용이나 재정 통합이 배제된 화폐 통합 등은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 그리스 사태가 수습돼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