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해외 경쟁사보다 회복 빨랐다

입력 2010-02-22 06:52
지난해 금융위기에서 국내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기업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조기에 턴어라운드를 하거나 흑자 폭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년 넘게 지속된 반도체 업계의 이른바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완승을 거뒀다.

과잉 설비투자와 출혈 경쟁으로 대표되는 치킨 게임이 진행된데다가 경기침체로 수요감소까지 겹쳐 반도체 가격은 현금원가 수준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초 독일 D램 생산업체인 키몬다가 파산절차에 들어갔고 대만 반도체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다가 통합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가진 국내 업체들은 원가경쟁력에 힘입어 경쟁사의 몰락을 계기로 시장을 잠식하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에, 하이닉스는 3분기에 각각 영업수지에서 흑자를 냈다.

D램 수량 기준 국내 두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4분기 52.5%에서 지난해 2분기엔 60.6%까지 치솟았다.

반면 일본의 엘피다와 대만의 마이크론, 난야는 4분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턴어라운드를 했다.

휴대전화 부문에서도 국내 업체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글로벌 통신업체인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은 휴대전화 부문에서 지난 한해 내내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꾸준히 분기당 8억달러 내외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LG전자도 4분기에는 부진했으나 경기침체기에서도 3개 분기 수억달러 흑자를 유지했다.

시장점유율에서 LG전자는 10%대에 진입하며 소니에릭슨을 완전히 제치고 3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덕분에 삼성과 LG전자의 합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이래 30%대를 유지했다.

자동차 부문에선 현대차가 지난 한해 내내 영업수지에서 흑자를 유지하며 경제위기에 강한 내성을 보여줬다.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는 사실상 국유화돼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포드는 4분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흑자를 냈다.

일본의 혼다와 닛산은 2분기부터 턴어라운드했으나 이 당시 두 업체의 영업이익 합계는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에 미치지 못했다.

도요타는 3분기 비로소 흑자를 나타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