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번 토요타발 악재도 일본경제가 끌어안고 있던 산적한 문제중 하나란 해석도 있습니다.
저희 한국경제TV에서는 토요타발 악재로 신음하고 있는 일본 현지 경제를 직접 기획 취재 보도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일본 제조업의 버팀목인 부품 소재 중소기업들의 산업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김성진 기잡니다.
<기자>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오타쿠입니다. 오타쿠는 도쿄의 대표적인 부품소재 공업단지로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산업을 지탱해온 버팀목입니다.
이곳에 위치한 삼화전기. 1956년부터 2대째 압력 진공 스위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진공 스위치는 컴프레서 제어나 공작기계, 철도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삼화전기는 전 세계적으로 5천개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으며 1천개가 넘는 기종을 맞춤형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혼을 담아 물건을 만든다는 일본의 장인정신 ''모노즈쿠리''를 대변하듯 삼화전기는 앞선 기술과 직접 만든 기계들로 연간 6억엔의 매출을 올리며 경쟁사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자신감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술과 품질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입니다.
<인터뷰> 테쯔오 하야시 삼화전기 사장
"지난해는 지금까지 최악이었다. 그나마 올해 들어 조금 희망이 보인다. 이제 기술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든 해결책을 다 동원하고 싶다. 한국 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에 대한 진출이나 투자도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의 고령화도 성장의 걸림돌입니다. 삼화전기의 종업원은 모두 50여명. 평균 연령이 52세로 정년인 60세를 넘긴 사람도 10명이 넘습니다. 경기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신규 채용을 수년간 못했습니다. 여기에다 일본 특유의 평생 고용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숙련된 인력의 확보는 장점이지만 앞으로 경기 회복 때 인력 수급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야시 사장은 현재 아들에게 경영 수업을 시키고 있지만 가업을 이어 받을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오타쿠에는 경기침체와 원가 경쟁력, 가업 승계 문제로 문을 닫는 공장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성기였던 80년대에 오타쿠에는 1만개의 업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천여개가 전부입니다.
<인터뷰> 히로시 오오하시 오타쿠산업진흥협회 기획홍보팀장
"지난해 오타쿠에 본사를 두고 일본 동북, 북관동, 이바라기현, 치바현 등에 공장을 이전한 회사가 300개사다. 해외에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100개 회사가 옮겼다. 앞으로 이런 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과진해, 구미, 포항 등이 부품 전용 단지 조성을 위해 일본 업체들에게 러브콜을 보낸바 있습니다. 현재 30여개 회사가 검토 중으로 앞으로 일본 부품 업체들의 한국행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처럼 일본 업체들이 흔들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중소기업들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습니다. BLU용 프리즘 시트를 만드는 엘엠에스는 히타치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LED와 LCD 백라이트를 만드는 엔하이테크는 지난해 일본에 200만 달러를 수출한 가운데 최근 일본 업체의 지분 투자까지 이끌어냈습니다. 금속분말을 만드는 창성은 거래하던 나가노의 업체가 힘들어지자 선뜻 5억엔의 지분 투자를 하고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습니다.
과거 일본 의존적이던 우리 업체들이 조금씩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일본 현지 업체의 인수설까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국내 업체들이 위상이 달라진 것입니다.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대일 무역 적자는 265억 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엔화 강세로 일본 경제가 흔들리면서 우리에게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순발력과 끈기를 가지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서 일본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WOW-TV NEWS 김성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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