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분만컬럼-(3)자연분만은 산모와 아기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기초

입력 2009-12-12 12:37
수술을 하거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연분만이 왜 좋을까. 한 마디로 산모와 아기 모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연구결과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연구 결과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청소년기의 지능지수(IQ)가 2점 높았다. 자연분만 아기는 엄마의 좁은 산도(産道)를 통과하면서 신체의 모든 조직이 자극 받아 뇌 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예일대학의 연구에서는 자연분만에 의한 출산시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아이를 낳으면 모성애가 저절로 생긴다고 하지만, 자연분만을 할 경우에 분비되는 호르몬, 옥시토신이 아이에 대한 감정적 정서적 반응을 촉발시켜 애착을 강화해준다. 하지만 제왕절개 출산시에는 이 호르몬이 생성되지 않으므로 의도적으로 아이와 피부 접촉을 더 많이 하고 아이를 손수 돌봐줘야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자연분만의 이점은 많다. 입원기간이 짧아 빨리 퇴원을 할 수 있고 산모들도 금방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몸이 빨리 회복되니, 모유 수유 성공률도 높아지고 아기 또한 진통을 하는 과정에서 폐기능도 훨씬 좋아진다. 제왕절개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각종 합병증과 감염, 색전증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이다. ''캐나다 공중 위생성''의 연구 결과 제왕절개 분만을 한 산모는 정상 분만을 한 산모보다 심각한 후유증 발병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개복(開腹)수술이다 보니 비뇨기 계통의 손상, 자궁 및 나팔관 감염 등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 중 사망률이 자연분만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데, 영국 통계의 (1994~1996년 2백만명 대상) 경우 자연분만의 경우 10만명 중 2.1명이 사망한 반면, 제왕절개는 10만 명중 12.8명으로 6배나 높았다. 과다 출혈, 마취사고 등이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수술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의료진의 책임이 적지 않다. 자연분만을 진행하다 의료사고가 날 경우 제왕절개 수술시의 의료사고보다 의료진의 법적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의료진은 자연분만 독려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또 출산에서 산모와 아기가 주체가 아니라 의료진이 주체가 되면서 의료진 중심의 출산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것도 원인을 제공한다. 한편, 임신부들도 진통에 대한 두려움과 미용상의 이유로 수술 선택을 쉽게 생각하거나 출산 전에 자연분만이 가능할 수 있는 많은 여건들을 미리 살펴보지 않는 측면이 있다. 즉, 병원 선택시에도 소극적으로 병원에서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연분만을 위해 가능한 여건들이 무엇이 있는 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인 분만 자세인데, 무조건 일자로 누워 힘을 주는 것 외에 앉거나 웅크리는 등 비교적 임신부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조건의 병원을 찾는다면 순산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자연분만을 하게 되더라도 가급적 의료적, 기계적 개입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많은 전문가들이 출산 과정에서 인위적인 처치를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나중에 범죄자가 되거나 자살할 위험이 높아지며, 배란촉진제 등을 주입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성인이 돼서 약물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진통과 출산 과정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프로락틴, 옥시토신,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이 수치상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 때 여러 가지 약물이 투입되면 호르몬간의 자연적 균형이 깨져 출산 후 산모의 감정을 변화시킨다. 이런 것들이 ‘산후 우울증’을 악화시키는가 하면 모아 애착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프랑스 산과의사 미셀 오당은 그의 저서에서 ‘출산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경이로움’이라고 표현했다. 필자도 매일매일 아기를 받으면서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모든 엄마들에게 출산이 ‘특별하고 경이로운 경험’이 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행복한 출산경험을 원하는 산모라면 다양한 분만법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출산 교육을 통해 출산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면서 출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 과정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을 가지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출산이 자신과 태어나는 아기, 가족들에게 ‘축복의 경험’이 될 수 있는 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연분만을 하려는 의지를 갖고, 병원 환경에 자신의 출산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맞는 분만법을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도움말=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