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 이후 주춤했던 IB(투자은행) 육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 같은 IB 육성은 없어야 한다며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경영상 책임이 있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김종창 원장은 자본시장연구원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 육성이 필요하다"며 "다만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를 허술히 하고 무분별하게 고위험상품에 투자를 확대한 우리은행과 같은 IB업무는 당연히 위축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원장은 "우리은행의 투자손실률이 82%로 국내 여타 금융회사의 CDO·CDS 투자 손실률인 21%의 4배에 달했다"며 "우리은행이 얼마나 리스크관리를 잘못했는지, 그 투자자체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황영기 전 행장은 AAA급 자산에 투자하라고 지시했다지만 우리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아 AAA급 자산에 투자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AAA급 자산에의 투자규모가 세계유수 IB의 경우 평균 60~80%인데 반해 우리은행은 27%에 불과했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위험한 투자를 실행하면서도 감독당국의 지도기준을 무시하고 리스크관리심의회의 사전심의절차를 삭제하는 등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체제를 오히려 약화시켜 손실을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종창 원장이 황영기 전 회장의 징계에 대해 이처럼 공식자료를 통해 구체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비판에 나선 것은 처음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지난달 종합국정감사에 황영기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황 전 회장의 "당시에는 CDO, CDS가 우량 상품이었다"는 발언에 "그렇지 않았다"며 반격을 가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 우리은행의 투자가 경영판단 사항인데 손실발생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오히려 감독당국의 책임을 묻고있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항변했습니다.
김 원장은 "경영판단의 원칙은 법규 위반사실이 없고 경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는 경우에 적용이 가능한데, 우리은행은 투자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는 등 경영자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감독당국이 손실을 미리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투자나 영업활동을 일일이 심사·감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개별 금융회사의 투자에 대해 간여하면 ''관치금융''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