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만화가 A양은 요즘 아침마다 머리로 손이 올라간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가려움증 때문이다. 여름철 내내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했어도 피부 트러블 하나 생기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찬바람이 솔솔 부는 가을이 되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간질간질하다. 그때마다 긁어댔더니 어느 날에는 진물과 피까지 묻어 나온다. 피부과 진단 결과 ‘지루성 피부염’이란다. 단순한 지루성 피부염이면 그래도 괜찮겠는데 조금씩 탈모까지 시작되고 있다니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최근 며칠 새에 A양처럼 두피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지루성 피부염은 성인 10명 중 3명 꼴로 나타나고, 3개월 이내의 신생아들도 별다른 이유 없이 잘 생기는 흔한 질환이다. 주로 두피에 발생하는데 초기에는 두피가 염증성 변화를 일으켜 비듬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진물이 엉겨붙어 가피양 병변이 두피 전체를 덮기도 한다. 누런 비듬이 엉겨 붙는 것도 지루성 피부염의 특징 중 하나다. 이렇게 되면 모발이 손상을 입어 탈모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은 유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이상, 잘못된 청결 관리 등 발생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피지 분비량이 많거나, 땀을 많이 흘린다거나, 혹은 머리를 감고 나서 두피를 제대로 말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도 모두 지루성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은 두피와 모발의 성질에 맞는 전용 약용 샴푸를 피부과에서 추천받아 주 2회 정도 사용하고, 상태가 심하다면 초기에는 주 3~4회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머리를 감고 말릴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머리를 감을 때는 머리카락뿐 아니라 두피까지 꼼꼼하게 세정한 후 잔여물이 남아 있지 않도록 잘 헹구어 주어야 하며, 손톱을 사용하면 상처가 날 수 있으니 손가락 끝의 지문 부위를 사용해 가볍게 두피를 마사지하듯 감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머리를 말릴 때도 두피까지 완전히 마를 수 있도록 골고루 건조시켜야 한다. 두피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건으로 닦을 때는 비벼 닦기보다 두드리듯 물기를 제거하고, 가급적이면 헤어 드라이어가 아닌 자연 바람으로 건조시키는 것이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 머리를 묶어야 한다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묶어주어야 한다.
두피 청결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강한 자외선에의 장시간 노출, 과도한 염색이나 펌도 피해야 한다. 강한 자외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자를 써서 두피를 보호하고, 지루성 피부염이 완치되기 전까지는 염색이나 펌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질병이 마찬가지겠지만 두피 역시 평소 관리만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도움말=듀오피부과 홍남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