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초대석 시간입니다. 오늘은 ''세계 1등 국민철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계신 분이죠. 허준영 코레일 사장께서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1. 취임 5개월째 맞고 계십니다. 취임할 때 ''허철도''로 거듭나겠다 하셨는데 철도 공기업에서의 지난 5개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철도가 녹색 생활을 실천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철도 건설이 붐이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철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철도 르네상스시대에 한국철도공사의 CEO로 일하고 있어 할 일도 많지만 행복하다.
지난 5개월 동안 조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국제철도연맹 차기 아시아 의장에 만장 일치로 당선됐고, 카자흐스탄 철도공사와 MOU체결, 코트라와 해외철도사업 공동추진 등 해외시장에 한국 철도기술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철도 선진화 추진을 위한 인사 혁신과 정원 감축, 경부선 KTX 막차 시간 연장과 첫차 신설, 홍보대사 선정, 얼마 전에는 ''세계 1등 국민철도'' 비전선포, 그리고 자동개집표기 철거 행사까지 벌인 일도 많고 성과도 많았던 것 같다.
철도인으로서 자부심도 생겼다. 요즘은 지인들을 만나면 철도의 장점을 설파하느라 바쁘다. 바로 ''안정환''이다. ''안전하고 정확하며 환경친경적인'' 철도를 많이 이용해달라고 주문한다.
2. 코레일은 얼마 전 새로운 비전 ''세계 1등 국민철도''을 선포하고 이를 위한 ''녹색철도 성장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취임하신 후 첫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녹색철도 성장전략''은 ''세계 1등 국민철도''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미래 한국 철도를 이끌 신성장동력을 ''종합 물류''에서 찾겠다는 것이고 이런 노력을 통해 현재 6%대인 화물과 여객 수송분담률을 2012년까지 15%, 20%까지 배가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업 영역을 현재의 여객·물류·개발 등 철도 운송사업 중심에서 종합생활서비스·종합물류·국내외 개발 등 연관 사업까지 확장해 2012년까지 매출액 5조 1천억 원, 영업흑자 1천1백억 원 실현과 함께 글로벌 종합서비스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비전 선포 의미를 더 뜻깊게 하기 위해 서울역의 자동개집표기를 철거했다. 이는 국민과 소통을 철저히 해서 철도 고객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8월 말이면 전국 17개 KTX역 262대의 모든 자동개집표기가 철거된다. KTX 운행과 함께 시작된 자동개집표기가 철거되면서 사실상 기차표 검사가 1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검표를 하느라 개·집표구 앞에서 길게 장사진을 치는 일은 이제 추억 속 풍경이 됐다.
3. 녹색성장 시대의 교통 수단으로 철도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여객뿐 아니라 화물 수송에서도 역할이 커질 것 같습니다. 이에 따른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요?
얼마 전 라디오 연설에서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철도를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탄소 줄이기를 실천하는 일이다. 또 녹색 생활을 실천하는 일이다. 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애국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나무 효과''라는 게 있다. 철도를 타는 것만으로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차를 이용하면 소나무 11그루를 심는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것과 같다.
무슨 얘긴가하면 소나무는 연간 이산화탄소 5kg를 흡수한다. 그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도는 11.5kg, 자동차는 66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 차이가 55kg이다. 55kg는 소나무 11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 우리 국민들이 철도를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다.
이처럼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여객과 화물의 수송분담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철도를 통한 녹색물류는 미래 한국 철도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이다.
1970년 이전까지 화물의 철도 수송분담률은 50%를 넘었다. 옛 영광을 되찾겠다. 2012년이면 화물의 수송분담률을 지금의 두 배로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비전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거점간 단순 이동 물류에 머물지 않고 제3자 물류·보관·유통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전국에 산재한 철도부지를 중심으로 물류복합 환승기지센터로 개발해 종합물류회사로 탈바꿈해나갈 예정이다.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저탄소 녹색 마일리지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고, 국방 및 조달 물자의 철도로의 ''모달시프트(Modal Shift)''도 추진 중이다. 이밖에도 에코레일 인증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TCR, TSR 대륙철도 연결에 대비해 물류 처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철도의 화물 수송분담률 제고는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이다.
4. 만성 적자였던 코레일을 흑자로 돌리려면 수익 확대가 절실해 보입니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은 잘 되어 가고 있는지요?
2010년까지 영업수지 적자를 50% 수준으로 줄이고, 2012년까지 흑자 전환하는 게 철도 선진화의 목표다. 다만 용산역세권 개발 등에서 차질이 예상되고 있고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로 당장 올해 운송 매출이 3천억 원 감소하는 등 목표 달성에 애로가 있다.
지난 5월 이미 5천115명 정원 감축에 이어 8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했다. 열차 운행을 KTX 중심으로 개편하고 신상품 개발 등으로 수익 증대를 꾀하고 올해 임금동결·운영 시스템 효율화 등으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조기에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고객서비스·녹색성장·신성장동력 등 핵심사업 위주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도 마쳤다. 현장조직은 17개 지사를 12개 지역본부로 축소·광역화했다.
이번 조직 개편의 특징은 전국에 산재한 철도부지 개발을 위해 각 지역본부에 자산개발 파트를 신설했고, 신성장사업으로 각광받는 경전철 사업 진출을 위해 광역본부의 조직과 인력을 강화했으며, 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신설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취임 후 러시아· 카자흐스탄· 유럽 등 해외 철도를 직접 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KTX 운영 경험뿐만 아니라 110년 동안 축적된 열차운영· IT기술· 시설유지보수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5. 역세권 개발 중에서도 용산역세권 개발이 가장 큰 현안이죠. 최근 시행사의 토지대금 납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의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우리 공사는 원칙을 지키고 사업 시행자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켜봐달라.
금융 경색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사업 시행사(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매매 계약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계약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기존 토지 매매 계약은 정당한 경쟁 절차에 의해 확정된 매매가에 근거해 관련법규 및 당사자 간 합의로 체결된 사항이다. 매매가는 8조원이다.
철도공사는 사업 성공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나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토지 매매가격을 변경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따라서 계약의 충실한 이행이 원칙이며 철도공사는 공공 재산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6. 최근 인천공항철도 인수로 적자를 더 떠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진척된 바는 어떠한지요?
현재 인수 가격과 인수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향후 매입가· 매입조건 등을 합리적으로 결정해 인천공항철도가 우리 공사 수익사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공항철도가 적자인 것은 사실이나 철도공사가 인수해 운영할 경우 7~8%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 받을 수 있어 우려하는 것처럼 공사의 영업적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투자수익률을 10.43%(민간)에서 7~8%(공사)로 조정, 최소 운영수입 보장률 (MRG)을 현행 90%(민간)에서 58%(공사)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사가 인수·운영하게 되면 정부로서도 향후 30년 간 7조 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MRG 58%는 2009년 협약 수입이 2천161억 원일 경우 2천161억 원의 58%인 1천253억 원을 정부에서 보장해 주는 것으로, 실제 수입이 100억 원이든 1천억 원이든 1언253억 원에 미치지 못한 금액만큼 정부에서 보조해준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철도전문기업이다. 철도공사로서도 좋은 조건으로 공항철도를 잘 인수해 철도영역을 넓히고, 또 철도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충분히 수익사업으로 바꿀 수 있다.
7. 요즘 직원들 사이에 허 사장님의 ''격려 리더십'' 이 화제라고 들었습니다. 경영 철학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직원들 격려를 잘 하고, 또 많이하는 스타일이다. 직원들 이야기 경청하는 것도 좋아하고 현장을 방문하면 아주 반갑게 꼭 악수를 청한다. 함께 밥먹는 것을 좋아해 취임 직후 시작한 식사 미팅도 계속 해오고 있다.
철도운영기관이라는 특성상 안전 사고 등 사건 사고가 많다. 직원들이 다치는 일도 종종 있다. 병문안이나 애경사를 꼭 챙긴다. 이런 모습을 직원들이 겸손과 격려, 경청을 잘한다며 ''3겨 리더십''이라고도 말하더라.
8. 오는 9월, 철도 110주년을 앞두고 어떤 철도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9월에 대전역 신사옥에 입주하고, 또 9월 18일은 철도가 110주년 되는 날이다. 2005년 공사로 전환한 이후 2006년 12월 대전역에 철도기관 공동사옥 착공한 바 있다.
신사옥으로 이전은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로소 관청체제를 마감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더불어 완전한 공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
신사옥 입주와 ''110주년 철도의 날''을 전환점으로 삼아 ''세계 1등 국민철도''의 위용을 갖추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며, 최상의 철도 서비스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기차 여행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국민에게 사랑받는 철도가 되겠다.
지금까지 허준영 코레일 사장께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