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매거진0100] 해외건설 ''적신호''

입력 2009-03-20 14:37
<앵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건설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시야는 여전히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머물고 있어, 우리 건설사들 간의 출혈 경쟁이 우려됩니다.

보도에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이달 초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조원에 달하는 대형 가스 처리시설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덕분에 고전하던 해외 건설 수주실적은 선방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지난해 해외에서 65억 달러를 수주하며 선두를 달렸던 현대건설은 올해 목표액을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해외 건설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강기령 현대건설 전무

"가장 큰 문제는 공사 발주 물량이 줄었다는 거다. 국내 업체들 간 경쟁뿐만 아니라 외국 업체들도 저가 입찰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주할 가능성을 줄여 금년도 우리 사업 계획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두각을 보여온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공사 대부분이 몰려있는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양규 GS건설 상무

"우리는 가장 큰 시장이 중동인데 특히 카타르나 사우디 등은 계획된 사업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태다. 지금 가장 큰 시장이 거의 죽어있는 상태다."

실제로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지금까지 79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1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76억 달러 낮은 400억 달러로 잡은 바 있습니다.

<인터뷰> 김효원 해외건설협회 전무

"올해 3월 현재 80억 달러 채 안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우려도 크지만 올 연말까지는 당초 목표대로 400억 달러 정도의 수주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자>

하지만 올해는 여느 해보다 해외건설 시장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시장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실제 최근 GS건설 등 건설사 네 곳이 따낸 6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시설 공사는 취소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100억 달러가 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입찰도 일찌감치 올 상반기로 연기됐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유가와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사업비 인하 요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건설사 대부분이 아직까지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 건설사가 아닌 우리끼리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로 출혈 경쟁마저 우려됩니다.

또 지금까지 우리 건설사들이 치중해온 석유 화학 플랜트 사업에 대한 수요가 거의 사라져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인터뷰>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

"전체적으로 해외 수주가 중동과 아시아에 편중돼 있다. 중동은 여러 원유 수입이 감소하면서 발주가 취소되고 원자재 값이 하락하면서 사업비를 인하하려는 발주자들의 요구가 있어 이에 따라 지연되는 프로젝트 많다.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 경기 악화 영향으로 미국·유럽 자금 철수로 경기 침체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금년 수주를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결국 해외건설이 살 길은 시장 다변화밖에 없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양한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설업계는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발주하는 공공사업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측면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보증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효원 해외건설협회 전무

"최근 수주 패턴은 우리 자체 투자를 수반하는 개발형 사업보다는 특히 올해 단기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자국 경기 진작을 위해 발주하는 공공 인프라에 대한 도급공사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이나 수출보험공사 같은 국책 금융 기관에서 앞장서 보증 지원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해외건설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우리 수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적인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는 우리 건설사들에게 이제 또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WOW-TV NEWS 이지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