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정부 입김 못 미쳐…낙하산 인사 논란도 부담"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로 오랜 기간 공석이던과학기술계 기관장 인선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매년 되풀이됐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사라지고, 이례적으로 내부 인사들이 원장 후보에 오르는 등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5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이달 중 임시이사회를 열고 현 강성모 총장의 후임을 선출한다.
KAIST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경종민(63)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신성철(64) 물리학과 교수, 이용훈(61)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나다 순) 등 3명의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했다.
후보자 모두 KAIST 현직 교수로, 내부 인사가 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12년 만이다.
차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역시 내부에서 선임된다.
김진석·남승훈 책임연구원과 박상열 부원장(가나다 순) 등 3명이 최종 후보로선출돼 이달 중 열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지난해 6월 표준연 원장으로 선임됐던 권동일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보유주식 문제로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해 수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표준연은 원장 후보자 공모가 수차례 무산된 데 이어 권 교수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를 사퇴하고 후보자 공모에 응시하면서 '셀프 추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 선임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성일 신임 원장도 1989년 생기연이 설립되던해 입사한 '원년 멤버' 출신이다.
현재 차기 원장 공모가 진행 중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후보자 자리에도 내부직원 9명을 포함해 11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가운데 외부 인사에는 민병주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조만간 원장 후보자 심사위원회를 통해 3배수를 압축,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기관장 직은 그동안 '관피아', '정피아'를 위한 자리로 전락하면서 적지 않은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 내부 인사들로 기관장이 채워진 것은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인선에 정부 입김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신명호 정책위원장은 "지금은 탄핵 정국 때문에 일시적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회에서 인사를 추천·선출하는데, 정부 부처의 압력이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라며 "지금과 같은 이사회 구성으로는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 시민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기관 임무에 맞도록 전문성을 검토할 수 있는 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며 "내부 직원을 기관장으로 뽑는 것이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고, 조직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선출하도록 객관적인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