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사기 혐의 구속에 '비선실세 의혹'까지…'선 긋기' 나서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출자회사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가는 등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
당초 KAIST는 아이카이스트가 재학생이 창업한 기업인 데다 창조경제 대표주자로 불려온 만큼 강경 대응에 부담을 느꼈지만, 최근 비선 실세와의 연계 의혹까지불거지자 확실하게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3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말 아이카이스트로부터 3개년 세무조정계산서 등 재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서류를 넘겨받았다.
이를 근거로 KAIST가 보유 중인 아이카이스트의 49% 지분에 대한 가치평가에 착수했으며, 평가 금액이 산정되면 아이카이스트 측에 최종 매입 의사를 물은 뒤 장외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지분이 정리되면 아이카이스트에 학교 이름을 사명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2011년 4월 설립된 KAIST 연구소기업인 아이카이스트는 교육콘텐츠 및 IT 디바이스를 개발해왔다.
양방향 스마트 교육 소프트웨어인 '스쿨박스'와 대면적 IT 디바이스인 '터치플레이'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2013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KAIST를 방문해 아이카이스트를 창조경제 대표 모델로 지목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투자자들이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잇따라 검찰에 내면서 탄탄하던 행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KAIST에도 아이카이스트로부터 용역을 수주한 업체들이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KAIST는 아이카이스트가 설립 이후 3년 동안 한 번도 이사회 개최나 주주총회참석을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출을 부풀린 정황이 발견됐다며 상표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아이카이스트 설립 당시 KAIST는 아이카이스트와 협약을 맺고 지난 5월 8일까지5년 동안 카이스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신 주식의 49%를 넘겨받기로 했다.
KAIST는 아이카이스트에 보유 지분을 우선 매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이카이스트 측의 답변이 없자 장외시장 매각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김 대표는 회사 매출 규모 등을 부풀려 투자자에게 17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낸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구속기소된 상태이다.
최근 최순실 씨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최 씨 전남편인 정윤회 씨 동생인 정민회 씨가 부사장으로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선 실세'와도 관련된 것이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지난 4일 KAIST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아이카이스트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가 방문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1호 기업이라고 극찬한 기업"이라면서 "UN과 사업협력 계약을 맺는 등 뛰어난 성과를 자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이카이스트는 대통령의 측근인 정민회 씨가 부사장으로 있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면서 "정부가 창조경제를 홍보하기 위해 실적 쌓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물은 바 있다.
정민회 씨는 김 대표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자 사표를 제출했다.
KAIST 관계자는 "아이카이스트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하고,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사회와 주주총회 회의록, 영업·감사보고서, 회계장부 등 주요 서류 열람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이에 따라 아이카이스트와 아이카이스트랩에 상호 사용 중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아이카이스트랩은 아이카이스트가 인수한 기업으로, 지난 7월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기존 지에스인스트루에서 아이카이스트랩으로 바꿨다.
이어 "아이카이스트는 학교와 관련이 없는 기업인데, 학교 이미지가 훼손되고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분 매각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