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화학성분과 위성영상 분석해 한반도 유입 규명
러시아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반도 초미세먼지농도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상 박사가 러시아 산불에서 배출된초미세먼지가 3천㎞ 떨어진 한반도로 유입됐다는 사실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기화학물리분야 권위 있는 학술지인 '에트머스페릭 케미스트리 앤 피직스(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지난 3일자에 실렸다.
PM 2.5로 불리는 초미세먼지는 입자 지름이 2.5㎛(1㎛는 1천분의 1mm) 이하다.
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PM 10)의 4분의 1 크기에 불과해 코털이나 기관지에서잘 걸러지지 않고 사람의 폐까지 곧바로 들어가 뇌질환이나 폐·심장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화석 연료나 농작물과 산림 등 바이오매스를 연소할 때 생성된다.
정 박사팀은 2014년 7월 15일부터 31일까지 러시아 시베리아 산림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한 후 대전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수준까지 올라간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이온크로마토그래피(물에 녹아있는 이온산 물질을 분리 정량하는 기법)를 사용해 대전에서 포집된 초미세먼지의 화학 조성을 분석한 결과 바이오매스 연소 지시물질인 레보글루코산이 평소보다 4∼5배 높게 나타났다.
바이오매스 연소 지시물질은 화석연료 등 다른 배출원에서는 나오지 않고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만 배출되는 물질로, 레보글루코산, 마노산, 갈락토산, 칼륨 등이있다.
마노산, 칼륨 등 다른 바이오매스 연소 지시물질에 대한 정량 분석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2014년 7월 25일 러시아에서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동쪽으로 발달한 저기압과 서쪽으로 발달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류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3∼4일 뒤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나타났다.
정진상 박사는 "여름에는 기압 배치상 중국이나 시베리아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 2014년 7월에는 기류가 남쪽으로 흐르면서 러시아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한반도에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국내에서 발생하거나 중국에서 배출하는 초미세먼지에 관심이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러시아의 산불도 초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것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면서 "앞으로 중국 북부 지역과 북한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연소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이정순 센터장은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바이오매스연소 지시물질 온라인 측정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바이오매스 연소과정에서 나오는초미세먼지의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