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안되고 노동3권도 보장 못받아…연구인력의 20% 넘어 대책 시급
지난 3월 21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의 한 실험실에서 학생연구생으로 일하던 A(26)씨는 다른 연구원들이 실험실을 비운 사이 혼자서 화합물을 섞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한순간 유리 플라스크 안에 들어있던 화합물이 폭발을 일으켰고, 손에 잡고 있던 플라스크는 산산조각이 났다.
보안경과 안전장갑까지 착용했지만,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손에 박히고말았다.
결국 왼쪽 네 번째 손가락과 다섯 번째 손가락이 절단되고, 손바닥이 찢어지는중상을 입었다.
당시 부산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손가락 접합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손에 장해를 당해 앞으로 아예 연구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만,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길은 없다.
A씨는 연구원이 아닌 학생연구생 신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0월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속 학생연구생 박모(28·여)씨등 3명이 대덕구의 한 벤처기업에 견학을 갔다가 폭발사고로 다친 일도 있었다.
이들은 당시 과산화수소 농축 과정에서 기계 장치가 폭발하면서 사고를 당했다.
이들 역시 산업재해 보상에서 제외됐다.
흔히 학연생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2014년 기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서 모두 3천185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연구인력 1만3천567명의 23%에 이르는 수치이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경우 학연생이 1천193명에 이르는 등 정규직의 2배를 넘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373명)과 화학연구원(217명), 에너지기술연구원(203명), 생산기술연구원(201명) 등도 학연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화합물 독성 실험 등으로 위험한 연구 현장에 노출돼 있지만, 학생으로간주해 비정규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기본적인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들 대부분은 정규직과 같은 연구를 하면서도 임금은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알려졌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신명호 정책위원장은 "학연생들은 연구책임자의 지시를받아 실험 결과를 정리하고, 이를 발표하는 등 정규직 연구원과 같은 연구를 한다"면서 "학생이라고 해서 정규직이나 계약직과 다른 업무를 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없다"고 말했다.
출연연에 근무하는 학연생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도록 권고하자, 출연연이 비정규직에포함되지 않는 학연생을 늘리는 편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신명호 위원장은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이 적용돼야 함에도 학연생들은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공계 석박사 과정생에 대해 근로자와 동일한 산재를 적용하고, 연구현장의 안전 관리를 감독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