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과전류 전자차단기 크기·가격 절반으로 줄였다(종합)

입력 2015-09-09 13:59
김현탁 박사, MIT 소자 이용 전자식 교류 전자개폐기·차단기 개발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규명한 새로운 전자기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소자를 개발, 가정용·산업용 전자기기·설비에 널리 쓰이는전자개폐기와 차단기의 크기와 가격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흥남)은 9일 MIT창의연구센터(센터장 김현탁박사) 연구진이 2005년 규명한 모트 금속 절연체 전이(Mott MIT) 현상을 이용해 만든 칩을, 전자개폐기·차단기에 적용해 산업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MIT는 구조적인 변화 없이 도체가 금속으로, 또는 금속이 부도체로 바뀌는 현상으로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모트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김현탁 박사는 2005년 이 현상을 최초로 실험으로 검증했으며 이후 이 현상을 전자개폐기 등에 적용해산업화하는 연구를 해왔다.



과전류가 흐를 때 전기를 차단하는 기존 전자개폐기는 주전원의 신호를 끊거나이어주는 전자석과 온·오프 스위치인 계전기로 구성된다. 과전류가 흘러 도선 온도가 올라가면 팽창률이 다른 금속 2개로 이루어진 바이메탈 금속판이 달아올라 휘어지면서 기계식 접점을 끊어 전자석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김 박사팀이 개발한 MIT 소자는 도선 온도가 올라가면 MIT칩이 급격한저항변화를 감지, 임계온도인 67∼85℃가 되면 전자적으로 과전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김 박사팀은 전자개폐기에서 계전기 부분을 떼어내 MIT 소자로 대체하고 교류전압 1킬로볼트(㎸) 이하의 저압 배선 차단기, 누전 차단기 등에서도 과전류를 차단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개폐기 중 전자석 부문에 MIT 소자를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붙여 큰 부피를 차지하는 계전기 없이 과전류를 차단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 전자개폐기 구성품중 계전기 부분을 떼어냄으로써 부피를 반가량 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런 전자개폐기는 저전압이 이용되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소방전 등 교류용 모터제품에는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ETRI는 현재 시판 중인 2만원대의 에어컨용 전자개폐기의 경우 계전기 가격이 1만원 정도인데 이를 MIT 소자로 대체하면 시장에서 전자개폐기 가격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가정에서 과전류를 방지하는 데 활용하는 누전차단기(일명 두꺼비집)에 MIT소자를 활용하면 가격은 물론 크기와 모양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전자개폐기용 MIT 소자 기술을 ㈜모브릭에 이전했으며 이 업체는 MIT소자를 월 1억개 생산할 수 있는 팹(Fab) 라인을 건설 중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개폐기·차단기 시장은 내년에 약 3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13.1% 정도로 낮은 편이다.



김흥남 ETRI 원장은 "MIT 차단기 기술은 MIT 현상의 이론을 세계 최초로 확립하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상용화 제품을 만들어낸 R&D 선순환의 대표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김현탁 박사는 "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MIT 원천기술 및 응용 분야에서 ETRI가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확신한다"며 "이 기술이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취약한 전력산업 분야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2005년 발표한 모트 금속 절연체 전이 현상 규명 연구가 학계에서 과장 논란에 휩싸이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2007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하고 2008년에는 대한민국 특허 최고상인 '발명대왕상'을 받았다.



또 지금까지 MIT 관련 논문 84편을 발표하고 국내 특허 74개, 국제특허 189개를 출원했으며 그의 논문은 세계적으로 3천920회 이상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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