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새 UI(대학이미지) 선정 과정에서 시행한 설문조사가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1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홍보실이 주최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UI 변경을 위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설문 문항에는 2개의 새로운 UI 시안을 놓고 선택하도록 돼 있고, 기존UI 유지를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은 없었다.
설문이 객관성을 갖추려면 보기를 3지 또는 4지선다형으로 바꾸거나, 새 시안과기존 UI의 선호도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는 것이 맞다.
앞서 지난 1월 학부생과 대학원생 1천5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새 UI 시안 2개를 놓고 4개의 보기를 제시한 바 있다.
시안 1과 시안 2 중에 택하거나, '새 UI로 바꾸되 시안 1·2는 적절치 않다', '현재 UI로 유지한다' 중 선택하도록 돼 있고, 당시 과반인 53%가 '현재 UI가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생들은 홍보실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두고 통계의 '기본'조차 무시한 문항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A씨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제 그만하고 둘 중에 고르라는 뜻이냐"라면서 "현안 유지를 원하는지도 묻지 않은 채 선호도를 조사한다니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B씨도 "처음 설문조사 결과 때부터 현안 유지 의견이 높았고, 여전히 UI 교체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런 식으로 예산을 낭비한다는 것은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아예 개인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며 '현 UI 유지'라는 항목을추가해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으며 그 결과 설문에 참여한 610명의 83%가 '현 UI를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쪽에 답했다.
이에 대해 KAIST 홍보실 관계자는 "UI 디자인을 맡긴 외주업체에서 준 설문을그대로 사용했는데, 객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구성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고, 획기적으로 UI 시안을 바꿀 수도 없어실무진으로서 고충이 있다"고 해명했다.
학내에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UI 교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KAIST 브랜드위원회는 외주업체에 다른 UI 디자인을 주문하는 한편, 설문조사도 다시 실시하겠다고밝혔다.
오준호 KAIST 브랜드위원장은 "내가 봐도 어느 하나의 답을 강요하는 설문은 잘못됐다"며 "두 개의 시안에 대한 선호도 자체도 너무 낮아 외주업체에 기존 디자인을 폐기하거나 보완해 재설계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번 설문조사에서는 기존 UI에 대한 의견도 반영해 실시할 것"이라면서 "KAIST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도전과 창의'라는 과학자 정신을 담아낼 UI를 도출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AIST 브랜드위원회는 20년전 학교 내부 구성원이 만든 UI가 시각디자인적으로응용 요소가 적다는 판단에 따라 UI를 교체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부터 1억2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외주업체에 의뢰해 새 UI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