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버팔로가 뛰어노는 페르미랩에 가다

입력 2013-06-14 15:27
<<사진 있음>>세계 3대 가속기의 하나…지역사회에 개방



"페르미는 과학자들만을 위한 연구소가 아닙니다. 사회에 대한 헌신은 당연합니다" 14일(현지시각) 대전 대덕특구 취재단이 미국 시카고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이하 페르미랩)를 찾았다.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페르미랩은 1천70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전세계 4천여명의 과학자들이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세계 3대 가속기의 하나이다.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36㎢의 부지에는 가속기 등 연구시설뿐만 아니라버팔로가 뛰어노는 농장과 수영장, 낚시터 등 과학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연구소 로비에도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과 학생 외에 단체 견학을 온 초등학생,예술 강의를 들으러 온 시민 등으로 북적댔다.



커트 리셀먼(Kurt Riesselmann) 페르미랩 홍보팀장은 "페르미는 처음 버팔로 농장으로 시작했고, 설립자가 지역사회를 위한 명소로 만든다는 취지에서 건축, 예술강의를 하고 있다"면서 "버팔로는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개척정신을 나타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페르미랩의 이 같은 정신은 가속기가 단순히 과학자들을 위한 기초과학 연구시설만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가속기는 의료에서부터 타이어 제조 산업 분야까지 시민 생활의 전반에 밀접한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가속기의 기본 개념은 거대한 현미경으로 물질의 가장 작은 부분까지 보기 위한장비로서, 우주가 생성되는 과정을 찾아가는 실험이라 볼 수 있다.



커트 리셀먼 팀장은 "우주의 95%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돼 있으며, 가속기로는 전체 우주의 5%를 차지하는 입자의 질량과 에너지를 알 수 있을 뿐"이라면서"우리는 가속기를 통해 신의 입자 '힉스'를 찾아내는 등 인류 과학기술의 진보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험을 통해 충돌하고, 붕괴하는 과정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진 입자는의료 분야에서부터 물을 정화하는 등 환경 분야, 화물에 대한 비파괴 검사 등 제조업 분야, 타이어를 단단하게 만드는 재료과학 분야까지 널리 사용된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의료용 방사광 가속기 분야는 기존 X-ray 기술과 달리 신체의 다른 부위에 방사능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표적 암 치료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단백질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거나 심장 판막을 소독하는데도쓰인다.



특히 가속기 주입 물질로 우라늄이 아닌 토륨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핵물질로의 전용 등 국제 사회의 민감한 이슈에서 비켜갈 수 있다.



같은 시카고에 있는 아르곤 국립연구소만 해도 핵물리학을 연구하는 시설이기때문에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돼 있지만, 페르미랩은 시민에게 개방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하의 가속기 장치 자체도 이중, 삼중으로 밀봉돼 있기 때문에 방사능 빔이 누출될 우려가 적다.



일차적으로 초저온 진공 용기로 밀봉한 뒤, 자석을 이용해 빔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응집한다. 이같이 만들어진 초전도 가속장치는 다시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차단된다.



페르미 내 7개의 가속기를 통제하는 통제실에서는 온도와 빔 강도 등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1년에 1∼2개월씩 가동을 중단한 채 업그레이드 작업을하고 있다.



만약 비상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전원을 차단하면 빔이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원전과 달리 공기나 해양 등에 대한 방사성 물질 오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로버트 케파트 페르미랩 박사는 "가속기를 통해 핵폐기물의 반감기를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가속기가 차세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