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이온가속기 사업 부지 가보니…

입력 2013-03-26 16:13
"중이온가속기는 무엇보다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업은 기약이 없으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선정된 대전 신동지구에는 26일 적막감이 감돌았다.



2011년 5월 과학벨트 입지로 선정될 때만 해도 기대감에 들썩였던 곳이었지만,2년이 지난 지금 마을 풍경은 변한게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허허벌판 위에 보상을 받으려고 심어 놓은 묘목들만 빽빽이늘어서 있다는 것.



현재까지 진행된 작업은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설 부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질조사정도다.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이 사업 부지에 대해 20군데 정도 시범적으로 시추작업을 한 결과, 지질이 암반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속기 지반으로는 안정적인 암반 지형이 좋지만, 실제 지질 조사를 해보면 지반이 꺼지거나 물이 흐르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가속기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실제 지질과 지하수계에 대한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부지 매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적인 조사도 임의로 할 수 없어 사업단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 이미 가속기가 들어갈 건물에 대한 기본설계에 들어갔어야 하고, 하반기부터는 건물 상세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에서 부지매입비 전액 부담에 난색을 보이는데다 정부조직 개편작업이 늦어져 사업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상세설계는 오는 6월이면 끝날 예정이지만, 부품 조립이끝나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설계가 끝난 가속기의 작동 여부를 실험하는 테스트 시설은 신동지구가 아닌 인근 고려대 세종캠퍼스 내에 마련됐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중이온 가속기 구축 계획도 1년 이상 늦춰질것으로 보인다.



중이온가속기는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지구상 모든 원소의 이온을 빛의 속도에가깝게 가속하는 대형 연구시설로, 과학벨트의 핵심 시설이다.



중국에서도 베이징에 비슷한 개념의 차세대 중이온가속기 설계를 추진하고 있어'선점'을 놓칠 경우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우려된다.



김선기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은 "기초과학은 '발견'이 중요한 만큼 이미 중국에 중이온가속기 시설이 들어서고 나서 'conform(확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우선 입지 조사부터 끝내야 건물 상세설계에 들어갈 수 있을텐데 걱정"이라며한숨을 내쉬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