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안녕' 국내 1호 주식시세 전광판 역사속으로

입력 2016-12-23 11:47
"10년을 매일같이 오던 곳인데…. 없어진다고사진들을 찍고 있으니 마음이 이상하네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003540] 본사 1층.



대신증권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이 1979년 증권업계 최초로 도입한 '국내 1호' 시세전광판의 운영 종료를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대신증권이 처음 설치한 뒤 증권가에는 시세전광판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고객들이 객장에 설치된 전광판을 향해 앉아 주식시세를 확인하며 대화를 나누고, 주문표를 작성해 창구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모습은 증권가의 흔한 풍경이 됐다.



그러나 홈트레이딩·모바일트레이딩이 보편화되고 주식투자보다는 자산관리가증권업계의 주력상품이 되면서 객장을 직접 찾는 고객들이 점차 줄어들었다.



결국 대다수 증권사는 시세전광판을 철거하거나 새 지점에 전광판을 설치하지않게 됐고, 대신증권도 이런 도도한 물결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여의도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대신증권 시세전광판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이제는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이 지방 지점에서 운영하는 전광판만 남게 됐다.



가로 697.3cm, 세로 233.8cm 크기에 336개 종목이 한 번에 표출되는 대신증권전광판은 젊은 사람보다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매일 아침이면 30∼40명의 어르신들이 이곳을 찾았다.



어르신 단골 고객들은 운영이 종료되는 이날까지 객장을 찾아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10년간 거의 매일처럼 들렀다는 한 70대 개인투자자는 "새벽에 일어나 운동도좀 하고 여기 오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이 변하듯 그의 투자처도 주식에서 펀드로 바뀌었지만 전광판을 보면서차 한잔을 마시는 것은 습관으로 굳었다.



"세월이 흐르는 걸 (전광판이라고) 어쩌겠어요."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그의 눈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전광판에서눈을 떼지 못했다.



대신증권 본사는 이날까지 여의도에서 영업하고 오는 26일부터 회사가 태동한서울 중구 명동의 신사옥에서 새 출발을 한다.



시세전광판 운영 종료는 사옥 이전에 따른 것이지만, 더 큰 이유는 전광판을 유지·보수할 방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는 "증권업계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주식 거래가 감소하고자산 관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대신증권은 환경 변화 속에서도 국내 최초 시세전광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증권업계에서 점차 전광판이 사라지면서 유지하고 보수해줄 업체도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저도 오랫동안 영업부에서 일하면서 시세전광판을 보며 증권시장의희로애락을 겪었던 사람"이라며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크다"고 객장의 고객들을위로했다.



본사 영업부장인 박규상 상무는 "전광판을 없앤다고 하니 많은 고객분들이 서운함을 토로하셨다"며 "여러 해 동안 저희와 함께 출근해 이 자리를 지켜주시던 고객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보통 한 해 장을 마무리하면서 납회식 때 펼치는 '주문표 뿌리기 세리머니'가 앞당겨 진행됐다.



이 행사에 앞서 대신증권 건물 앞에서는 여의도 증권가의 상징물로 통했던 대형황소상인 '황우'를 통째로 이전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 황우는 양재봉 대신증권 창업주의 주문으로 1994년 제작된 여의도 첫 황소상으로, 시세전광판과 함께 여의도 증권가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명성을 날렸다.



황우는 서울 대림동 대신증권 연수원에 임시로 보관됐다가 내년 상반기 명동 신사옥 앞에 조성되는 공원에 새롭게 자리잡을 예정이다.



chomj@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